"당장 할인 기회 없지만 장기적으론 이익될 것"

자동차 메이커의 모든 지점 및 대리점에서 동일한 가격을 적용하는 '정가판매제'는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까.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가 4일 정가판매제를 본격적인 시행을 선언하고 나섬에 따라 자동차 업계의 '동일 가격(One Price)'이 소비자 이익으로 귀결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가판매제가 정착되면 무엇보다 고객들은 정해진 가격을 믿고 구매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영업점을 찾아다니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한 푼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발품을 팔았던 차량 구입 문화도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당장 차를 더 싸게 살 기회를 잃어버리게 됐고, 나아가 영업사원들 간 경쟁이 줄어들면서 선팅이나 트렁크 정리함 등 영업점에서 제공했던 서비스도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최모(43)씨는 "아직 제도 정착이 안 돼서 그런지 차를 비싸게 샀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당장은 가격 통일이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거래질서가 확립되면 가격에 대한 신뢰가 생겨 의구심도 사라질 것이며, 영업사원들의 서비스도 결국은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기아차 관계자는 "영업사원 간 출혈경쟁이 계속되면 판매이윤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영업사원은 더더욱 차량 판매에만 매달려 이미 차를 산 고객에 대한 사후 서비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정가판매제가 이뤄지면 영업사원들은 가격이 아닌 서비스로 승부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구입 이후에도 질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선팅, 먼지떨이 등을 영업사원들이 재량에 따라 해주던 서비스를 회사에서 직접 모든 고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현대기아차 측 입장이다.

출범 초기부터 정가판매제 정책을 고수해온 르노삼성차도 "처음에는 일부 고객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들은 '동일 가격' 정책을 오래전부터 유지해왔다.

다만 르노삼성 외에 다른 업체들은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해왔고, 이번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정책을 뿌리내리기로 한 것뿐이다.

현대기아차의 가격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한국지엠이나 쌍용차도 정가판매제 시행을 강화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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