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광고 시장에서 초대형 모델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배우 김태희가 대표적이다.

김태희는 2009년 한 때 대우건설 푸르지오, SPC 파리바게뜨, LG전자 디오스, 아모레퍼시픽 헤라 등 10개의 TV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그러나 지난해 5개로 준데 이어 올해 들어선 3~4개로 감소했다.

경원식 CM전략연구소 국장은 "최근 업계의 사정이 어려워지고 광고효과가 예전만큼 발휘되지 않아 여러 분야의 업체가 대형모델과의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이에 산다던 이영애, 이사갔나?

대형모델 증발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건섭업계다.

김태희(대우건설 프루지오), 이영애(GS건설 자이), 고소영(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 톱스타를 내세워 마케팅 경쟁을 벌였던 건설업계는 최근 대형모델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추세다.

대부분 TV 광고를 내보내지 않거나 중견모델 또는 무명모델을 기용했다.

GS건설의 경우 지난해 10월 자이 모델로 이영애 대신 무명모델 양윤영을 발탁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번 모델은 소비자들이 보기에 거의 일반인이나 다름 없다. 이영애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으니 이제 자이 그 자체를 알릴 계획으로 무명모델과 계약했다"며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의 광고에서도 톱스타 얼굴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CM전략연구소의 경 국장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대형모델을 통해 트렌드를 이끌었던 통신·전자업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KT는 모델이 없고, SK텔레콤은 대형모델 수를 대폭 줄였다. SK텔레콤의 경우 이전에는 광고 건마다 대형모델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신민아·원빈' 두 모델만 남았다는 것이 경 국장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애니콜도 과거에는 이효리, 손담비 등 당대 최고 스타를 광고 전면에 배치했지만 이번에는 무명 외국인 모델을 기용했다.

SPC 파리바게뜨, 빙그레 요플레 등 식품업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김태희와 재계약을 불발한 파리바게뜨는 애니메이션 광고를 집중적으로 방영했고, 빙그레는 지난해 말 한효주와 광고 재계약을 포기했다.

대형모델 1년에 7억~10억…비싼 모델료가 한몫

광고시장에서 대형모델이 사라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비싼 모델료와 중견모델의 활약, 마케팅 전략 변화 등이다.

GS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대형모델과 1년 계약하려면 7억~1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TV광고까지 나가면 총 100억원이 들기도 한다.

GS건설 관계자는 "분양시장이 많이 죽어있는 상황에서 굳이 비싼 대형모델을 쓸 필요가 없다"며 "경기가 안 좋아 모델효과가 많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최근 중견모델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도 대형모델을 기용하지 않는 이유다.

경 국장은 "'간 때문이야'로 히트친 차두리도 중견모델"이라며 "요즘 중견모델들을 TV서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빙그레는 대형모델이 사라진 원인으로 '마케팅 전략 변화'를 꼽았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대형모델을 앞세우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브랜드 없이 모델만 남을 수 있다"며 "회사 자체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당분한 대형모델을 기용할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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