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 끝나가는 며칠 전 경제자유구역이 대폭 줄어들었다. 축소된 면적은 90.51㎢로 여의도의 11배 규모이고,이는 전체 경제자유구역 면적의 15.9%에 달한다. 2003년에 시작된 인천,부산 · 진해,광양만 세 곳과 2008년에 지정된 황해,대구 · 경북,새만금 세 곳으로 현재까지 여섯 곳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취지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 기업에 세금 등 여러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다양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했다. 투입된 개발사업비는 약 85조원인 반면 실질적으로 유치한 외국인 투자규모는 30억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 측에서도 현실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하거나 사업성이 결여된 곳이 많아 장기간 개발이 지연된 지구에 대해 해제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되돌려 생각해보면 경제자유구역을 설정한 당사자는 다름 아닌 정부였다. 물론 사업성도 경제성도 없는 곳을 늦게나마 해제했으니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동안 정부가 무성의하고 안일하게 정책을 추진해 온 것도 사실이다. 중국이나 인근 국가들이 경제자유구역을 만들면서 경쟁적으로 우리도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가상 수요예측에 의해 너무 넓게,그리고 너무 많이 지정했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에 해제된 곳을 살펴보면 왜 그런 곳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는지 의아한 곳도 있다. 사업성도 없고,현실적으로 맞지도 않은 곳에 경제자유구역을 설정해 돈은 돈대로 투입해놓고 여전히 규제는 규제대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덮고 그냥 넘어가는 것보다 스스로 곪은 살을 떼어내고 새 살을 돋게 하고자 하는 정부의 시도는 늦었지만 옳은 결정이다. 2008년 현재 전 세계 경제특구가 2301개이고 그 중 43%가 아시아 · 태평양지역에 밀집돼 있다. 특히 싱가포르,홍콩,중국의 푸둥 톈진 선전 등의 경제자유구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0년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4.7%에 달했고 그 대부분이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금융업 그리고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으로부터 만들어졌다. 싱가포르야말로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하다. 특히 특성화에 따른 차별화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광양항을 중심으로 한 경제자유구역은 가공 조립중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조립가공물류단지와 대일본 유통물류거점으로 특성화하고 일본의 부품 소재 산업을 유치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 대일본 경제협력의 전초기지로 만들 만하다. 이를 위해서도 한 · 일 자유무역협정(FTA)은 조속이 체결돼야 한다. 서해안 지방은 대중국 물류거점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제품을 우리 한류 등과 연관시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중국 수출가공조립산업과 대규모 리조트산업을 유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중국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이는 대북한 안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천과 부산의 경제자유구역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허브공항 등 세계적인 물류 인프라와 최고의 IT 기반 등을 활용한 경쟁력으로 동북아 지역의 마케팅,연구 · 개발(R&D) 거점으로 육성할 만하다. 이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필요하다. 지방자치정부 역시 지역에 속해 있는 경제자유구역의 정확한 특성화 방향을 재정립하고 이에 대한 '맞춤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모든 경제자유구역청에 똑같은 지원을 하기보다는 각 지역청이 투자자의 특성에 따라 지원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략적 유연성 및 자율권을 주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책은 엄격한 평가제에 의해 성과를 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해나가야 한다.

전준수 < 서강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