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인들은 중소 · 중견기업이 세계적인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하려면 국내 대기업과 손을 잡거나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시장 만으로는 히든 챔피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대기업의 등에 올라타 세계로 진출하거나,아니면 직접 세계시장에 뛰어들어 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주문형 반도체 생산업체인 코아리버의 배종홍 대표는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기업과 일하다 보면 중소기업도 자연히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대기업과 공동 행보를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국내 업체들이 소니나 샤프 같은 일본 전자회사 제품을 뜯어보고 어떤 부품이 들어있는지 분석했지만 요즘은 그 반대"라며 "삼성이나 LG에 부품을 공급하면 일본 회사에 물건을 납품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정보기술(IT)관련 업체의 사장은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개척하는게 낫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의존하다 보면 해당 대기업의 입김에 휘둘리게 되고 독자적인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는 비판이다. 그는 "대기업이 물건을 발주해놓고 갑자기 주문사항을 바꾸거나 취소하는 바람에 골탕을 먹는 일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국내 중소 · 중견기업이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글로벌 역량 저하,성장성 하락,혁신성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갑수 KAIST 교수가 올해 초 종업원 300명 이상~1000명 미만인 중견기업1102곳을 대상으로 기업 역량을 분석한결과 글로벌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매출대비 수출 비중은 국내 기업이 평균13.3%로 글로벌 히든 챔피언의 수출 비중(61.5%)에 훨씬 못 미쳤다. 혁신성을 나타내는 연구·개발(R&D) 투자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로 글로벌 히든 챔피언(5.9%)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고 국내 제조업 전체의 R&D 투자 비중(2.97%)에도 못 미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