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와 더블 딥(짧은 경기 회복 후 재침체) 우려로 미국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승승장구하는 백화점이 있다. 메이시와 블루밍데일 두 브랜드로 미국 전역에 850개 점포를 갖춘 백화점업체 메이시(Macy's)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1억470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700만달러)에 비해 20배 증가했다. 주당 순이익(EPS)은 35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2센트)에 비해서는 물론 시장 전망치(29센트)도 웃돌았다.

◆지역 특화 전략 '마이 메이시'

메이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는 벼랑끝에 몰렸다. 지난해 2월에는 전체 인력의 3.9%에 해당하는 7000명을 감원했다. 간부 직원의 40%를 해고했고 분기 배당금도 13.25센트에서 5센트로 줄이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러나 지역별 특화 마케팅과 다른 백화점에는 없는 단독 브랜드 강화 등 차별화 전략으로 고객을 공략하며 위기를 극복해냈다.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메이시의 '마이 메이시(My Macy's)'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마이 메이시'는 지역 특성에 맞춰 각 매장의 제품 구성을 달리하는 전략이다. 씨티그룹은 이 프로그램 덕분에 메이시의 올해 매출이 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커리어 우먼이 많은 워싱턴 등 미국 동부 매장에는 여성의류 단품을 많이 구비했다. 동부 12개 매장을 관리하는 캐롤리나 세켈 매니저는 "고객들의 선택폭을 넓힌 덕분에 여성의류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고 말했다. 프로 아이스하키팀 시카고 블랙호크스의 인기가 높은 일리노이주 매장에는 이 팀과 관련한 상품 코너를 만들었고,플로리다주 마이애미점에는 이 지역의 화창한 날씨에 잘 어울리는 흰색 가구를 많이 들여놨다.

미시간점에는 이 지역 토산품인 샌더스 초콜릿 캔디를,커피 여과기가 미국 다른 지역보다 일찍 보급됐던 롱아일랜드 매장엔 커피 여과기 코너를 대규모로 꾸몄다. 캐런 호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810개 메이시 매장 대부분이 '마이 메이시' 전략의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이 전략은 테리 룬드그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경험에서 나왔다. 그는 1970년대 자신이 벌록스 백화점에 근무하던 초년병 시절을 떠올렸다.

룬드그렌 CEO는 당시 차 트렁크에 레녹스 접시 등 지역에서 인기있는 상품을 잔뜩 싣고 다니며 남부 캘리포니아 점포 18곳을 관리하던 열정을 메이시의 지역 마케팅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회사 측은 1600여명의 지역 관리 매니저들에게 맞춤 상품 수만여개를 고르도록 했고,고객들의 요청에도 즉각 응대했다. 대형 백화점이라 본사에서 상품 입고와 배급을 총괄하지만 각 지점장의 판단을 보다 존중하고 매장의 재량권을 늘렸다. 매주 1000여건의 소비자 제안을 접수할 만큼 인기를 끌자 경쟁사들이 뒤늦게 이 전략을 따라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메이시에만 있어요" 단독 상품 강화

다른 백화점에는 없는 자체 상품과 단독 제품을 늘린 것도 메이시의 전략이다. 메이시는 INC와 알파니,스타일앤코 등 중산층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다양한 자체 브랜드(PB)를 만들었다. '살림의 여왕' 마샤 스튜어트 가정용품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선보인 가구,명품 패션 디자이너 레이첼 로이의 보급형(세컨드) 브랜드인 '레이첼 레이첼 로이',고급 여성 니트 브랜드 센존의 남성의류 등은 메이시에만 있다.

지난 8월엔 가수 마돈나가 디자인에 참여한 머티리얼 걸 컬렉션을 선보였고,최근에는 케네스콜 남성 스포츠의류를 단독으로 유치했다. 이 같은 단독 상품군(群)은 메이시 매출의 4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일반 상품보다 마진도 많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나는'최고고객책임자(CCO)"

메이시가 경쟁 업체들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데는 룬드그렌 CEO의 리더십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나는 CEO이면서 동시에 CCO(Chief Customer Officer · 최고고객책임자)"라고 말한다. 지난 5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그는 "우리 고객들은 늘 메이시의 중심에 있으며,내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항상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메이시는 1858년 뉴욕에서 문을 열었다. 매년 이 백화점 앞을 경유하는 화려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뉴욕의 명물이 될 만큼 맨해튼 토박이 기업으로 유명하다. 현재 810곳의 메이시 백화점과 40개의 블루밍데일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 수는 16만1000여명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