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글로벌 환율전쟁이 확산되는 가운데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는 7일 1980년대의 플라자합의나 루브르합의가 재연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칸 총재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개막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플라자 또는 루브르 합의가 나올 분의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9월 프랑스와 독일 일본 미국 영국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들이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미 달러화 가치 절하와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절상을 결의한 조치다.반면 루브르합의는 1987년 2월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지나친 달러 약세에 대응, “달러화 가치가 일정 수준(달러 당 150엔 전후) 이하로 떨어질 경우 각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며 일종의 협조개입에 동의한 것을 말한다.

최근 전세계 420여 금융회사를 대표하는 국제금융연합회(IIF)의 찰스 달라라 총재는 “글로벌 무역 불균형이 공조 없이 재조정되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것”이라며 새로운 국제 환율협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칸 총재는 ‘환율전쟁’이란 용어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그는 “환율전쟁은 지나치게 군사적인 용어” 라며 “많은 국가들이 통화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지만,이는 분명히 글로벌 경제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6년 만에 처음으로 엔고 저지를 위한 시장 개입에 나서고,이어 아시아와 남미 각국 또한 자국통화 강세에 대한 대응 조치에 나서자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지난달 27일 “글로벌 환율전쟁이 시작됐다”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존 립스키 IMF 부총재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좋은 친구 만테가 장관의 말에 반대하고 싶진 않지만,우리가 전쟁 중에 있진 않다”고 말했다.립스키 부총재는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해선 경제정책 수립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환율문제가) 분쟁이나 보호무역주의 형태로 이어진다면 1930년대의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는 “과거 경험상 각국이 다른 나라에 개별적으로 정책 협조를 구하는 것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며 “IMF나 세계무역기구(WTO)등 국제기구들이 환율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중국 위안화와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의 환율전쟁과 이에 따른 유로화 가치상승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트리셰 총재는 이날 ECB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로 동결키로 결정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느 때보다도 환율이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 “과도한 환율의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 안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위안화와 관련,“중국은 자신들이 발표한 환율제도 개혁을 실행하고,위안화의 점진적인 절상을 용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와함께 미 달러화에 대해선 “강한 달러가 미국의 도움이 된다”고 언급,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유로화는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유로화는 장중 한때 유로당 1.402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전날보다 소폭 떨어진 1.3912달러에 거래됐다.유로화 가치는 ECB가 일본은행(BOJ)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비해 경기부양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지난달 이후 10% 가까이 상승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