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지난달 미국 증시의 다우지수와 S&P지수는 월간 기준으로 71년 만에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그러나 지난달의 랠리에도 불구하고 3분기 주식거래량은 전분기대비 25%나 감소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시장,아메리칸증권거래소 32곳에서 거래된 주식량은 하루 평균 71억주로 올해 평균인 88억주를 훨씬 밑돌았다.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같은 거래량 감소는 지난달 랠리가 과연 시장 전반의 신뢰성 회복을 반영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또한 어닝시즌을 앞두고 거래수수료 등으로 돈을 버는 은행과 증권사 거래소의 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NYSE에서 27년 간 주식을 거래한 베테랑 트레이더 케네스 폴카리 아이캡포퍼레이츠 이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바빴으면 좋을텐데,이게 지금 우리가 경제적으로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과 트레이더들은 이처럼 거래량이 줄어든 이유로 △미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 △유럽의 국가부채 문제 △중국 성장에 대한 우려 등을 꼽고 있다.금융위기 동안의 막대한 손실과 지난 5월6일의 컴퓨터자동주문에 의한 증시폭락 사태 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거래량 감소 자체가 거래량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1억2500만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헤지펀드 할로우캐피탈매니지먼트의 콜비 할로우 대표는 “변동성이 없으면 샀다 팔았다 할 수 없다” 며 “통상 3개월 정도 주식을 보유하는 롱-쇼트 포트폴리오에서 자금을 일부 빼내 1년 이상 주식을 들고 있는 바이-앤드-홀드 포트폴리오로 옮겼다”고 언급했다.

온라인 증권사 TD아메리트레이드의 스티브 쿼크 이사는 “회사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지난 5월 48만4000건에서 8월엔 30만9000건으로 줄었다”며 “9월 통계는 아직 없지만 훨씬 감소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는 “주식시장의 거래량 감소는 업계 전반의 현상”이라며 “이 때문에 외환과 선물거래 확대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하루 평균 71억주의 거래량은 10년 전 39억주에 비해 훨씬 많은 편이다.컴퓨터를 활용한 초고속 매매가 늘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최근엔 이런 초고속 매매도 고객들의 펀드환매 등 여파로 감소세다.전체 거래량에서 초고속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1%에서 올해 53%로 감소했다.

투자회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이후 미국 내 주식 뮤추얼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 규모는 694억달러에 달한다.도이체방크 주식거래 부문 글로벌 헤드인 케림 더할리씨는 “대형 투자자와 소액 투자자 할 것 없이 지금 가장 인기 있는 투자전략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켠에 앉아서 지켜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