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추’가 다시 낙관론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 1일 미국 증시는 급등세를 보였다.다우지수가 2.54% 뛰었고,나스닥지수 역시 2.97% 상승했다.이날 발표된 8월 ISM제조업지수가 56.3을 기록,시장 컨센서스(52.8)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미국 월가에서는 “더블딥에 대한 우려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언제나 그렇지만 최근 주식 시장에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다.흥미로운 것은 낙관론자들과 비관론자들이 바라보는 곳이 똑같다는 점이다.모두 미국의 경제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당분간 미국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 지표들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는 대목에서 의견이 갈린다.비관론자들의 논리는 간단하다.최소한 3분기까지는 경제의 성적표가 나쁠 것이기 때문이 주식 시장 역시 조정을 받거나,올라도 크게 못 오를 것이란 게 비관론자들의 견해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시장의 눈높이’를 강조한다.미국과 한국의 국고채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지금 시장에는 경제지표 부진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 있다.경제지표에 대한 기대치도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따라서 앞으로는 경제지표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쳐서 실망감 안겨주기 보다는 시장의 기대를 웃돌아서 안도감을 주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으로 낙관론자들은 보고 있다.

미국 증시가 1일 급등세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보다 긴호흡으로 주식시장을 낙관하는 전문가들은 ‘신용 사이클’에 주목하고 있다.신용 사이클이란 은행 대출 증가율의 주기적인 움직임을 뜻한다.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통한다.경기 상황이 좋아지면 대출이 늘어나고,경기가 나빠지만 대출이 줄어든다.

동부증권은 1970년대 이후 은행의 대출증가율 움직임과 코스피 지수간의 상관 관계를 따져본 결과,대출 증가율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전환하면 예외없이 코스피 지수도 동반 상승했다고 분석했다.IT버블 붕괴 후 2001년 8월과 카드채 사태 발생 후 2005년 4월이 대표적인 사례다.이 때는 모두 대출 증가율과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전환한 시점이다.

최근 흐름을 보면 대출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 전년 동월대비 17.0%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6월에는 3.0%까지 떨어진 상태다.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지금까지는 자산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출을 억제해 왔지만 앞으로는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수정하는 움직임이 있다” 며 “향후 대출 증가율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경우 주가 역시 추세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일 코스피지수는 1.26% 오른 1764.69에 마감해 20일 이동평균선을 훌쩍 넘어섰다.8월 한달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미국 증시가 9월 첫 거래일을 산뜻하게 시작함에 따라 2일 국내 주식 시장 역시 추가 상승을 시도할 것이란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관건은 외국인이다.외국인들은 지난달 25일부터 딱 하루를 제외하고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이들은 그동안 철저하게 전날 미국 시장의 움직임에 연동돼 매매 방향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오늘은 모처럼 주식 순매수에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아시아 증시가 1일 동반 상승한데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자금은 이머징 시장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며 “양호한 경기 여건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도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지난 1분기때처럼 지속적인 순매수세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론이 우세하다.당장에 이번주만 하더라도 미국의 신규 실업청구 건수와 8월 실업률 등 고용 관련 각종 지표들의 발표가 예정돼 있다.이들 지표를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겠다는 관망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따라서 “코스피 지수가 1800선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1720~1800선의 박스권 대응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