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클러스터'가 뛴다] (7) 레이저 장비·광학 계측기 잇단 국산화
2007년까지 국내 전립선 비대증 수술 장비 시장은 '그린 레이저'라는 첨단 기술로 무장한 미국 레이저스코프가 독점하고 있었다. 이 회사 장비는 전립선 내부의 막힌 부분을 녹이는 장비로 대당 가격이 1억8000만원을 웃돌았다. 레이저를 이용해 각종 의료기기를 만들던 김대진 씨케어코리아 대표는 이 장비를 국산화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국산화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고민이 깊어가던 김 대표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다. 2007년 말 광주 첨단산업단지의 '광응용미니클러스터'에서 광주과학기술원 정성호 교수팀을 만난 것.정 교수는 김 대표에게 그린 레이저보다 쉬운 '반도체 레이저'기술로도 전립선 치료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동일 출력에서는 그린 레이저에 비해 치료 효과가 떨어지지만 출력을 높이면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김 대표는 당장 장비 개발에 들어갔다. 장비 운용 소프트웨어는 역시 미니클러스터(이하 미클)에서 만난 폰시스템에 의뢰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반도체 레이저 기술을 응용해 레이저스코프 제품의 절반 가격으로 동일한 성능의 장비를 개발한 것.2008년 개발을 마친 김 대표는 2년간의 임상시험 끝에 지난달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시장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김 대표는 "출시 한 달 만에 3억원어치를 수주한 상태"라며 "올해 이 장비로 10억원,내년 2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립선 수술 장비 시장은 연간 7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광응용미니클러스터'는 레이저,렌즈 등 빛을 응용한 기술로 제품을 만드는 중소업체들에 협업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2005년 8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 미클에는 34개 기업체와 3개 연구소 등 총 42개 관련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강달숙 산단공 호남권본부장은 "광 산업은 기술난이도가 높아 중소기업이 세계 수준의 기술개발과 양산체제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미클 내 연구기관 및 기업들 간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학계측기기를 만드는 티엔아이의 김강웅 대표는 2008년 미클의 도움을 받아 자동차 불법 선팅을 단속하는 계측기를 국산화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미국제품은 단순 측정만 될 뿐 데이터의 저장과 전송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파악한 김 대표는 2007년 장비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선팅 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레이저 기술이 문제였다. 계측기는 날씨 등 주변 여건과 관계없이 항상 균일한 측정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했다. 김 대표는 '광응용미클'의 문을 두드렸고 미클 내 'LED패키징센터'의 반재상 박사팀을 만날 수 있었다. 개발자금은 산단공에서 1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해결했다.

이 장비는 서울시 · 경찰청 등에 8억원어치를 납품했으며 올초에는 인도 경찰청과도 26만달러 공급계약을 맺었다. 김 대표는 "인도 경찰청의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60만달러 이상을 추가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클 덕분에 회사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광주=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