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녹산공단에 있는 동화엔텍(대표 홍성희)은 1980년 설립 이래 줄곧 엔진을 식혀주는 '냉각기'를 생산해왔다. 현대중공업,STX 등 대기업에 선박용 냉각기를 납품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국내 조선업계가 타격을 받으면서 동화엔텍 역시 수주량이 반토막났다. 2008년 1809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595억원으로 급감했다. 홍성희 대표(64)는 "선박용 제품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신사업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미니 클러스터(이하 미클)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이동식 발전설비(PPS)'였다. 디젤엔진 등 발전기 구동설비를 컨테이너에 탑재해 이동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소규모 발전소'다. 홍 대표는 "칠레,쿠바,이라크,아이티 등에서 이동식 발전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걸 지인으로부터 들었다"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이동식 발전설비에는 PPS냉각기를 전량 수입해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동화엔텍은 송풍기 제조업체인 신풍송풍기(대표 배기은),비철금속 제조업체 창원(대표 장상연),금형업체 기성하이스트(대표 김부용),경상대와 함께 PPS냉각기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짰다.

개발 과정은 순조로웠다. 그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독일산에 비해 10% 이상 싸면서 품질은 동일한 PPS냉각기를 개발했다"며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하지 않았는데도 여러 곳에서 서로 물건을 넣어 달라고 요청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PPS냉각기로 내년 200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해양기자재 미클은 중소기업이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2008년 4월 설립돼 현재 62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황석주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지사장은 "중국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며 "미클 회원사가 신 · 재생에너지,해양플랜트 등 다른 업종과 연계해 신사업을 찾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박용 기자재 용접업체인 에스피하이테크(대표 정장실)는 산단공에서 연구 · 개발(R&D) 자금으로 2억80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 6월 '이종특수용접'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원자력발전소 및 석유 · 화학플랜트에 주로 쓰이는 '이종특수용접'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물질을 붙일 수 있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석유 · 화학플랜트에 쓰이는 파이프 중 일부는 부식에 강한 인코넬 소재로 만들기 때문에 탄소강보다 가격이 두 배로 비싸다. 하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파이프 겉은 탄소강으로,안은 인코넬로 만들 수 있어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

정장실 에스피하이테크 대표(51)는 "미클에서 협업하는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류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6월 콜롬비아 건설업체와 120만달러 규모의 용접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며 "현대중공업 등과 수주를 협의 중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매출이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녹산공단(부산)=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