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왜 그렇게 트위터를 열심히 하냐구요? 제 트위터에 올라오는 글의 80%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에서 불편을 겪었던 고객들의 불만이거든요.그 중에는 신세계에 뼈가 되고,살이 될 ‘주옥’ 같은 지적도 많습니다.제 트위터는 신세계가 고객과 만나는 또 다른 소통창구인데 어떻게 소홀히 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13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인터뷰 내내 ‘고객’ 얘기만 했다.매일 트위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대형 식품업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마트 가격혁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모두 고객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은 “모든 기업이 ‘고객이 왕’이라고 외쳤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갇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었다”며 “이마트가 가격혁명에 나선 것은 그동안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누렸던 이익을 고객들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앞으로의 목표는 신세계를 ‘유통업계의 애플’로 만드는 것”이라며 “애플처럼 고객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는 회사가 돼야 영속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올 상반기 신세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작년 12월 총괄 대표이사에 오른 뒤 첫 성적표인데,어떻게 자평하십니까.(신세계는 올 상반기 총매출 6조9915억원,영업이익 498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14.0%와 15.5% 상승했다)

“일단 올 들어 경기가 회복된 덕을 많이 봤습니다.동종 업계 매출이 다 좋아졌잖아요.다만 신세계의 성장률이 조금 더 높아요.올 초 시작한 이마트의 ‘신(新)가격정책’(일시적인 할인행사가 아닌 1년 내내 상시 저가로 운영하는 것)이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실제 올 상반기 방문 고객수를 보면 대형마트는 늘고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줄어들었어요.SSM 고객을 마트로 흡수했다는 얘기입니다.재미있는 건 SSM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L사’(롯데마트 지칭)와 ‘H사’(홈플러스)도 이마트가 주도한 ‘가격 전쟁’에 동참하면서 할인점 시장의 파이를 같이 키웠다는 겁니다.”

▶2007년 11월 77만5000원까지 올랐던 신세계 주가가 요즘 50만원대 중반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현재 주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평가됐다고 생각합니다.신세계의 실적과 실력이 제대로 반영된 것 같지 않습니다.외국계 장기 투자기관과 연기금 등이 신세계 주식을 계속 사들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그들도 신세계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느끼는 것 아니겠습니까.다만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 워낙 많은 데다 주가라는 게 복잡한 경제상황과 심리적인 요인으로 움직이니까 적정주가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죠.올해 백화점과 이마트를 합한 매출은 15조8000억원(프랜차이즈를 포함한 총매출 기준) 정도 될 겁니다.2014년에는 25조원을 넘길 거예요.목표대로 움직이면 신세계 주가는 충분히 상승하리라고 봅니다.”

▶신세계의 중장기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한마디로 ‘소비자 혁명’입니다.‘소비자 혁명이 뭐냐’면 소비자가 진정한 시장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유통산업의 근본적인 시스템 자체를 구축하는 겁니다.그 동안 소비자들은 제조업과 유통업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모든 기업들이 ‘소비자는 왕’이라고 외쳤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았어요.저는 진정 소비자가 큰소리 치고,주인으로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올 초 시작한 이마트 가격혁명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소비자 혁명’으로 가는 첫 단추거든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향후 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간단합니다.‘할인점은 할인점 답게,백화점은 백화점 답게’만드는 겁니다.당연한 얘기지만 실현하기는 쉽지 않아요.좋은 상품을 값싸게 파는 것이 할인점의 본질이고,쇼핑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소비자의 요구를 최대한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백화점의 역할입니다.이마트와 신세계를 찾는 고객들이 다른 할인점이나 백화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드리기 위해 노력할거예요.”

▶‘상시 저가’를 기치로 내건 이마트 가격혁명 전략은 성공했다고 보십니까.

“이제 6개월이 지났습니다.수십년 동안 굳어진 유통관행을 깨는 게 어디 쉽겠습니까.물건을 납품하는 제조업체를 설득하는 것도 어려웠고,이마트 내부의 운영 코스트를 줄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어느 것 하나 만만한게 없었어요.하지만 가장 큰 수확은 이마트 직원들의 마인드가 바뀌었다는 겁니다.지금까지는 제조업체들이 정해준 가격,정해준 혜택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좋은게 좋은거다’란 식으로 끌려다녔죠.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가격정책을 펴고 있습니다.유통업체는 제조업체가 아닌 소비자를 대변해야 되는데,‘우리가 그동안 고객을 너무 등한시한 것 아닌가’라는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아무튼 이렇게 1~2년 지나면 소비자가 먼저 우리 편이 되줄 걸로 믿습니다.소비자들이 ‘이마트는 좋은 물건을 항상 싸게 판다’는 믿음을 갖게 되면 결국 제조업체들도 이마트의 정책에 동참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1일부터 ‘오픈 프라이스(판매가격 표시) 제도’가 가공식품 등으로 확대 시행됐습니다.이마트가 신가격정책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될 걸로 보이는데.

“사실 권장소비자가격은 어찌보면 고객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에요.고객에게 정해진 가격,대개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라는 얘기니까요.하지만 권장소비자가격을 폐지하는 것 만으론 진정한 오픈 프라이스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현실적으로 유통업체가 싸게 팔려고 하면 제조업체들이 (판매가격이 너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물건을 안주잖습니까.이런 회사를 징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오픈 프라이스가 정착될 겁니다.유통업체가 얼마에 팔든지 제조업체가 상관하면 안되죠.어쨌거나 오픈 프라이스는 그 동안 공급자가 장악했던 시장이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가격은 유통업체와 소비자에게 맡기고 제조업체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거예요.가격경쟁이 본격화되면 유통업체간 실력차도 여실히 드러나겠죠.”

▶최근 미국 출장을 간 것도 선진 유통업체들의 가격정책을 둘러보기 위한 것이었습니까.

“지난 2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월마트 타깃 등 선진 유통업체를 둘러보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이번 출장목적 중의 하나가 선진 유통업체들의 가격정책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월마트의 경우 생각보다 유연하게 가격정책을 펼치더군요.월마트는 매장에 진열된 상품을 △윈(win) △플레이(play) △쇼(show) 등 3가지로 분류합니다.‘윈’은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경쟁업체를 압도하는 핵심 품목이고,‘플레이’는 비슷한 제품들,‘쇼’는 구색을 맞추는 제품입니다.또 모든 제품이 ‘상시 저가’ 대상이 아니라 제품에 따라 △1년 내내 저가 △1년중 3개월만 할인판매 △1년중 1개월 미만 할인판매 등 3가지로 나누더군요.그동안 저는 가격정책은 ‘일시적인 할인행사’ 아니면 ‘연중 저가 판매’란 양 극단의 개념만 생각했는데 월마트는 적절하게 활용하더군요.앞으로 이마트 가격전략을 짜는 데 참고하려고 합니다.”

▶참고할 만한 점이 더 있던가요.

“마침 제가 월마트에 들렀을 때 그 회사 CEO(최고경영자)가 경질됐어요.이 사람이 주도한 월마트 매장 내 ‘상품 수 축소’ 정책이 잘못됐다는 이유에서 그랬답니다.물론 상품 수를 줄인 만큼 재고 효율화는 가져왔죠.하지만 소비자들이 월마트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상품’이었는데,정책이 바뀌다보니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렸다는 겁니다.이마트도 현재 상품 수 축소작업을 하고 있습니다.지금 하는 건 똑같은 브랜드 제품인데 1ℓ,1.5ℓ,2ℓ 식으로 용량이 여러 가지인 것을 1~2개로 줄여나가는 작업이에요.중장기적으로는 (월마트처럼)인기 없는 브랜드 제품을 아예 빼는 것도 검토하고 있었죠.그러던 차에 월마트 사례를 본겁니다.우리 입장에선 좋은 귀감이 된 것 같습니다.”

▶가격 경쟁력과 관련해서 요즘 이마트는 자체상표(PL) 상품 및 해외 직소싱을 크게 늘렸죠.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민감한 편이어서 PL과 해외 직소싱 상품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들 사이에 ‘이마트 PL 상품과 해외 직소싱 상품이 싸고 좋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 같아요.올해 우리 이마트의 PL상품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25%까지 올라 갈 것으로 보입니다.해외 직소싱 상품도 9900원짜리 골프채,항공 직송 노르웨이 연어회 등 들어오는 것마다 히트를 치고 있어요.앞으로 값싸고 품질이 좋다면 지구상의 어떤 물건이라도 이마트에 들여놓을 겁니다.선진국의 유통업체에선 PL제품이 전체의 40~50%를 차지하는데,이마트도 4~5년 후에 그 수준이 될 겁니다.”

▶이마트는 확고한 업계 1위지만,백화점은 매출 기준으로 롯데 현대에 이어 3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에서 나옵니다.그래야 ‘바잉 파워’가 생겨 좋은 물건을 싸게 팔 수 있으니까요.하지만 백화점은 다릅니다.고객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지 않습니다.고객은 백화점에서 1~2시간 머무르면서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고 싶어합니다.그래서 백화점에 대해선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덕분에 신세계백화점을 보면 점포 수는 적어도 하나같이 ‘지역 대표 백화점’으로 성장하고 있어요.앞으로도 백화점 부문에선 외형에 집착하지 않을 겁니다.”

▶경쟁기업인 롯데는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신세계의 M&A전략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일단 확장하고 보자’는 전략은 안 씁니다.내실을 확보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한 뒤에야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유통과 관련 없는 기업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있습니다.다만 유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어요.‘유통 전문기업이면 편의점과 홈쇼핑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홈쇼핑에 대해선 ‘한다,안한다’ 이런 식으로 방침을 정한 것은 없습니다.다만 뭘 하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신중하게 할 겁니다.삼성생명 주식 매각 대금은 이마트 신규부지 확보와 차입금 상환에 대부분 사용했어요.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도 성장을 위한 투자와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쓸 계획입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무대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신세계의 글로벌 전략을 말씀해 주신다면.

“이미 진출한 중국 외에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에 어떻게 진출한다’고 결정한 건 없습니다.글로벌 시장 진출은 신세계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이를 위해 해외 유통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겠죠.하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해외에서 ‘좋은 M&A 물건’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요.그래서 해외에서 다른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은 검토하고 있습니다.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우선 국내에서 입지를 확실히 다져야 한다는 겁니다.국내에서 확고한 발판도 마련하지 않고 무리하게 해외로 나가면 ‘백전백패’할 테니까요.백화점에 대해선 아예 해외 진출할 생각이 없습니다.고객의 성향과 문화가 전혀 다른 해외에서 백화점 사업을 성공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에요.비용도 너무 많이 들고요.”

▶롯데마트는 토이저러스와 디지털파크 등 ‘카테고리 킬러’ 형태의 매장을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이마트도 카테고리 킬러 점포를 낼 계획이 있습니까.

“할인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매장이 나오는 건 바람직한 일이죠.그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새로운 쇼핑을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요.하지만 할인점의 본질은 ‘좋은 물건을 값 싸게’ 파는 것입니다.현재로서는 카테고리 킬러 매장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현재로선 이마트는 신가격정책을 정착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업체들이 SSM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신세계는 SSM 사업을 완전히 접은 겁니까.

“SSM 사업을 포기한 것이라기 보다는 법과 제도가 완비될 때까지 ‘보류’했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아시다시피 SSM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지 않습니까.그런 상황에서 진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또 그래서 생기는 매출 기회 손실은 깨끗하게 감수할겁니다.SSM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관련 법이 생기면 그 테두리 안에서 움직일 겁니다.”

▶이마트가 최근 중소기업청과 손잡고 ‘동네슈퍼’에 물품 공급사업을 시작한 것은 경쟁업체의 SSM 사업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 슈퍼시장을 보면 SSM이 30%이고 나머지 동네슈퍼가 70%를 차지합니다.그런데 SSM이 골목까지 치고 들어오다보니 기존 동네 슈퍼들이 당해내기 힘들게 된 거예요.그래서 이마트가 나선 겁니다.동네 슈퍼들이 SSM과 맞설 수 있도록 돕겠다는 거죠.이마트가 물품 구매를 대행해주면 동네슈퍼들은 지금보다 저렴하게 물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여기에 이마트가 가진 매장운영 노하우와 상품진열 노하우 등을 건네면 충분히 SSM과 경쟁할 수 있습니다.이마트 역시 ‘바잉 파워’를 키울 수 있고,물건도 더 팔 수 있으니 좋죠.이런 걸 구상하던 차에 중기청에서 같이 하자고 연락이 온 겁니다.기존 SSM업체들에겐 확실한 견제가 될 겁니다.제조업체들이 이마트가 바잉파워를 키우는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견제할 수도 있겠지만,그런건 겁나지 않아요.오직 소비자 만이 두려울 뿐이에요.하지만 아직까지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도매업을 하려면 상품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잘 안됐거든요.”

▶그동안 이마트가 고급스러운 ‘한국식 할인점’으로 승승장구했다면,정통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역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창고형 할인점 사업에 다시 뛰어들 계획이 있습니까.

“코스트코를 보면서 반성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이마트가 ‘한국형 할인점’의 성공에 취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틈새를 코스트코가 파고든 겁니다.‘창고형 매장은 한국에서 안된다’는 섣부른 자만과 ‘판단 미스’가 코스트코의 영토를 키워 준거죠.코스트코로 간 고객들을 어떻게 다시 끌어들이느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일단 코스트코처럼 도매업 스타일의 창고형 할인점을 할 수 있을 만한 점포를 알아보라고 했어요.새로 땅을 사서 하느냐,기존 점포를 새로 바꿔서 하느냐를 놓고 검토중입니다.”

▶최근 재단장한 이마트몰에 대해선 만족하시나요.

“아직 보완할게 많습니다.아직까지는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에 있는 상품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새예요.온라인에 맞는 상품을 더 개발해야 합니다.또 고객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불만이 ‘제 때 배송되지 않는다’와 ‘결제가 복잡하다’는 겁니다.이런 문제를 잘 풀어야 됩니다.연구중이에요.”

▶신세계 조직문화를 바꾸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세계에 대해 ‘삼성보다 더 삼성 같다’는 말들을 합니다.삼성의 본질과 장점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로도 들리지만 ‘삼성은 변하는데 신세계는 그대로다’는 비판의 뜻도 담겨 있다는 것,잘 압니다.‘뛰어난 관리 능력’이 그 동안 신세계의 성장동력이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그러나 이제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합니다.창조 혁신 소통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접목돼야 할 때입니다.그래서 목표로 삼은 것이 애플이에요.단순히 ‘돈 잘 버는 회사,매출이 큰 회사’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고객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는 ‘유통업계의 애플’로 만들고 싶습니다.”

▶신세계가 앞으로 유통업계의 최강자가 되려면 어떤 부문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요즘 우리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게 있어요.바로 ‘고객,디자인,브랜드’입니다.‘가격,점포,효율’이라는 기존 가치 위에 이런 가치를 새로 올려놓을 겁니다.우리는 부끄럽게도 우리 고객에 대해 제대로 모릅니다.디자인은 신세계가 글로벌 유통회사로 뻗어가기 위해 반드시 보강해야 할 부분입니다.그리고 신세계와 이마트를 고객들의 가슴 속에 남들과 차별화된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요즘 부회장님의 트위터가 장안의 화제입니다.

“틈틈이 합니다.주로 차 타고 이동할 때나 화장실 갈 때 하죠(웃음).하지만 폴로어가 3만명이 넘다보니 제게 올린 글에 대해 답변을 다 못합니다.반나절 만에 120~130건씩 글이 올라오거든요.저한테 주는 글의 80%는 ‘컴플레인’(불만)이에요.‘어느 매장 누구가 불친절하다,왜 이렇게 매장이 덥냐,수박이 맛이 없다,스타벅스에 왜 이런 메뉴는 안만드냐….’이 중에는 정말 ‘주옥’ 같은 컴플레인도 많습니다.기업이 성장하는 데는 칭찬보다는 컴플레인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게다가 제게 컴플레인을 한 사람들은 신세계를 아껴주는 고객들이거든요.그러니 제가 트위터를 안 할 수 있겠습니까.이런 컴플레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점포 운영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참,트위터가 좋은 점은 또 있어요.얼마 전 백화점 본점 식당에서 작은 불이 났을 때 제가 트위터로 이 사실을 알리고 죄송하다고 했더니,언론들이 긍정적으로 써주시더라구요.자칫하면 큰 악재가 될 뻔 했는데,어찌보면 제 트위터 덕분에 좋은 기사로 바뀐거죠.‘진실한 소통의 힘이란게 이런거구나’ 싶기도 하고….”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에도 관심이 많으신데,유통업을 경영하는 데 도움이 됩니까.

“유통업은 IT기술이 접목되면 가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신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바뀔 수도 있어요.판매시점관리(POS) 단말기가 처음 나왔을 때 단순히 금전출납기로 쓴 기업은 2류가 됐고,이걸로 재고를 관리하고 고객정보를 파악한 업체는 일류가 됐죠.‘스마트폰 열풍’도 마찬가지예요.스마트폰은 고객에게 우리가 알리고 싶은 얘기를 전달하는 데 더 없이 좋은 도구입니다.이마트가 전 점포에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것은 단순히 고객에게 ‘무료로 인터넷 쓰시라’는 의도 만은 아닙니다.이걸 통해 고객정보를 더 정교하게 수집하고,이마트가 하고 싶은 얘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겁니다.앞으로 스마트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유통업계의 경쟁구도도 달라질 겁니다.”

▶어머니(이명희 신세계 회장)께서 요즘 당부하는 사안이 있습니까.

“제 어머니는 한번 믿으면 뒤도 안 돌아보는 스타일이에요.제가 작년 12월 총괄대표를 맡기 전까지는 어머니께서 ‘조금 더 배운 다음에 책임지는 자리로 가는게 어떠냐’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어요.하지만 지금은 제게 힘을 많이 실어주고 있습니다.요즘 당부하는 사안이라….굳이 꼽자면 ‘배운대로 열심히 하라.소신껏 일하라’ 이 정도네요.”

오상헌/송태형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