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 재테크 전략] 부동산 침체기 '엎친데 덮쳐'…레버리지 투자패턴 바꿔라
최근 10여년간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 금리 인상은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을 뒤바꿀 만한 '휘발성'을 가진 변수다. 은행에서 대출금을 빌려 투자수익을 올리던 시대가 서서히 종말을 맞고 있다는 얘기다.

◆시세차익 겨냥한 투자 피해야

그동안 부동산 투자 고수를 가늠하는 기준은 '레버리지(대출)' 기법을 얼마나 잘 구사하느냐에 따라 좌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금리 금융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면 '금리 상승분+물가 상승분'을 초과하는 시세차익이 가능했던 시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소득 수준을 넘어선 무리한 대출은 '독(毒)'이라는 '순진한(?)' 상식을 벗어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고수익 대열에서 낙오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출구 전략에 따른 금리 인상이 이 같은 '신화'가 깨지는 변곡점을 의미한다는 데는 전문가들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의 속도를 시세차익이 쫓아가지 못하는 탓이다. 더욱이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시세차익은커녕 손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금리 인상이 이 같은 상황 역전을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다음 달 입주를 앞둔 일산의 163㎡형(공급면적 기준 · 49평형) 아파트의 경우 중도금 대출로 3억9060만원을 받았다면,이번 금리 인상 이전과 비교할 때 연간 이자비용이 1867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로 늘어난다. 월급쟁이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다. 더욱이 금리 인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조짐이어서 이자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희선 부동산114 이사는 "금리 인상 시대에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공격적인 투자는 피해야 한다"며 "매매차익을 통한 이익 실현을 염두에 둔 전통적 개념의 투자 패턴도 재고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조언했다.

◆대출 규모 축소가 관건

이미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그야말로 '출구 전략'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리 인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자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든 줄여 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에 입주했거나 이미 입주한 사람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대출이자를 줄일 만한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주택에서 새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해 분양받은 사람이라면 서둘러 헌 집을 처분하거나,구매 수요 위축으로 처분마저 여의치 않으면 전세를 놓아서라도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대출을 끼고 집을 두 채나 세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이라면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양도세 중과 감면 혜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꽁꽁 얼어붙은 주택시장의 거래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강남 등 투기지역의 1세대 3주택자 및 1세대 2주택자에게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율(50~60%)을 낮춰주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다만 정부가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를 내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아직 여유가 있는 다주택자라면 상황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패턴도 수정해야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나홀로 선방했던 상가 ·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전략도 금리 인상 시기에는 새로운 패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은행 대출을 끼고 오피스텔 등에 투자해 매달 월세를 받아 이자를 까나가던 투자 방식을 고수했다가는 예상했던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이는 담보대출을 끼고 소액 지분을 투자해 임대수익을 노리는 형태의 재개발 지분 투자도 마찬가지다.

안명숙 우리은행 PB팀장은 "수익형 부동산들이 대부분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상품이어서 금리가 오르면 투자비용 증가로 수익률이 떨어지는 구조"라며 "부동산 침체기에도 1억원 안팎의 소액 투자로 비교적 호황세를 보였던 상가,오피스텔 등의 부동산 상품은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조정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금리 인상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또 부동산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전문가들도 속단하기 어려운 난제임에는 분명하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소장은 "외환위기 이전 부동산 시장은 소득과 수급에 좌우되는 측면이 높았다면,지금은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 금리가 보다 밀접한 변수로 작용하는 시대"라며 "부동산 투자는 곧 금리 싸움이라는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부동산 재테크를 통한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