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와 GS수퍼마켓,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 '빅3'가 소리 없는 출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골목 상권 진출을 둘러싼 SSM과 중소 상인들의 마찰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이어지는 점포 경쟁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들 업체는 시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점포 확장 속도를 높이면서도 중소 상인들의 눈을 피해 가능한 한 조용하게 문을 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에서 담당하는 롯데슈퍼는 지난 2월 '빅3' 가운데 처음으로 200호점을 돌파,이날 현재 편의점형 슈퍼인 '마켓 999' 9곳을 포함해 208개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80개를 새로 낸 데 이어 올 들어서도 18개를 추가해 점포수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홈플러스의 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연초 이후 14개 점포를 새로 내면서 총 198곳까지 늘려 200호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때 지역 소상공인들이 사업 조정을 신청해 개점이 미뤄진 점포가 50개를 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합의 조정과 가맹점 전환 등을 통해 활발한 신규 개점에 나섰다. 지난해 31개점을 여는 데 그친 GS리테일의 GS수퍼마켓도 올 들어 출점에 박차를 가하며 10개를 새로 내 점포수를 총 148개로 늘렸다.

이로써 빅3의 점포수는 작년 초 327개에서 지금은 554개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이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이후에도 130여개가 늘어나는 등 출점 속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출점전략은 완전히 달라졌다. 먼저 상인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미입주 아파트 지역이나 신도시 등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점을 내고 있다. 롯데슈퍼 경기 화성 향남점이나 의정부 덕정점,수원 인계점 등이 대표적이다. 출점 정보를 기밀에 부치는 것은 물론 개점 전 전단지 배포,포스터 부착이나 개점 초기 대규모 할인행사 등의 판촉활동도 자제하고 있다.

빅3는 당분간 이 같은 출점전략을 지속해 점포수를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다. 롯데슈퍼는 연말까지 250호점 개점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가맹점 전환을 통해 사업조정 중인 점포부터 우선적으로 열 예정이다. GS수퍼마켓도 GS마트 · 백화점 매각에 따른 투자 여력을 신규 출점에 집중,경쟁사들을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빅3의 출점이 지속되면서 중소상인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사업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문제삼으며 정부에 가맹점을 포함한 SSM 출점시 허가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