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美·中 환율 놓고 왜 싸우지?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 미국과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5개 선진국(G5)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가 모였다.

이 회동에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독일 마르크화와 일본 엔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합의 직후 엔 · 달러 환율은 1달러당 260엔대에서 230엔대로,연말에는 200엔대로 급락했으며,87년말에는 127엔으로 내려앉았다.

엔화로 보자면 2년 남짓한 사이에 값이 두배나 뛰어버린 것이다.

협조 개입이라는 이름의 환율조정은 센트럴파크를 내려다보는 아름답고 유서깊은 호텔의 이름을 따서 플라자합의(Plaza Agreement)라고 불린다.

엔 · 달러 환율이 260엔대에서 127엔으로 반토막 난 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수지 흑자로 사들여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 가격은 엔화로 환산하면 반토막이 됐다.

일본제품의 가격은 국제시장에서 달러화로 환산하면 두 배로 올랐고,미국 제품은 일본 시장에서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미국에 있는 빌딩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도 반토막이 되어서 일본 기업들은 미국 뉴욕 심장부에 있는 미국 빌딩들과 기업들을 마구 사들였다.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일본 자본에 넘어갔고,유서깊은 콜럼비아 영화사도 소니에게로 넘어갔다.

1985~1990년 사이에 500억엔 이상의 대형 M&A가 21차례나 됐다.

미국인들은 이를 두고 '제2의 진주만 습격'이라고 불렀다.

"일본이 곧 자유의 여신상마저 사들일 것"이라는 말마저 나오고 미국인들이 "일본이 몰려온다"고 공포감을 느꼈던 것도 이 때였다.

그러나 이처럼 일본 자본이 해외로 투자를 늘린 만큼 국내 투자가 줄어들었고 고환율로 인해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늘어나는 현상을 겪었다.

이는 각국 통화간 교환비율인 환율이 가격 기능 역할을 통해 무역수지 흑자를 균형에 맞추는 과정이다.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크다.

20여년이 지난 최근에는 위안화 환율을 놓고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대립하고 있다.

카운터 파트는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일본이 엔 · 달러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해 환율의 가격 기능 역할을 막았다면 이번엔 위안 · 달러환율이 문제다.

"중국은 대미수출을 늘리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낮게 묶어두고 있다. 위안화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서 제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268억달러로 10년새 3배로 늘었다.

환율의 가격 기능 역할이 뭔지,중국이 어떻게 24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쌓을 수 있었는지,미국이 왜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하는지,중국은 왜 위안화 절상을 꺼리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우종근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