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집값이 너무 비싼 거 아냐.""지방에는 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나 보금자리주택이 없는 거야."

설날을 맞아 오랜만에 지방에서 친인척들을 만났다. 연휴기간 내내 밥상에 오른 메뉴 가운데 설날 음식 외에 다른 것이 둘 있었다. 하나는 부동산이고 또 하나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이었다.

친인척들은 차례를 지낸 뒤 TV로 동계올림픽 첫날 경기를 보면서 쇼트트랙에서 첫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환호성을 질렀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한국 쇼트트랙의 강점을 침이 마르도록 분석하며 쇼트트랙에서 건져 올릴 금메달 개수까지 점치는 등 시종 즐거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부동산 얘기가 나오자 방안 공기가 확 달라졌다. 서울에서 내려온 친척들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부동산 분야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에게도 숨쉴 틈 없이 '항의성' 질문이 쏟아졌다. 마치 투기를 부추기고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한 죄인 취급을 할 정도였다.

우선 이들은 도저히 서울 강남 집값을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어떻게 15평짜리 아파트가 10억원이 넘느냐.전셋값이 1주일 만에 5000만원씩 오르는 게 정상이냐."등등.

특히 강남 재건축추진 아파트의 평(3.3㎡)당 가격이 7000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평당 500만원 안팎의 집에 사는 이들에겐 '이상한 나라'의 집값임에 틀림없다. 강남 두평 값이 지방의 집 한 채 값을 넘으니 이런 불평은 당연해 보였다. 투기꾼들이 설쳐서 벌어진 일이 아니냐고 따끔하게 지적할 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실제 강남 재건축 시세에 '거품'이 없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도 개포 주공단지,대치 은마아파트,잠실5단지 등 강남의 재건축추진 아파트 값 상승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 연휴 직전에 재건축 집값이 '반짝' 하락했으나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렇게 된 데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 탓도 있지만 대응이 서툰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강남에 새집을 꾸준히 공급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DJ정부 이후 수요가 많은 강남에 새집을 짓지 못하도록 막는 바람에 수요 초과→집값 상승→공급 부족이라는 악순환이 10년 이상 이어져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 정부들어 재건축과 관련된 법적규제는 거의 풀었으나 행정절차가 지연돼 사실상 재건축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다. 어느 단지가 언제 재건축된다는 시그널이 없어 시장이 불안해 한다는 점을 당국이 애써 외면한다는 느낌이다.

친인척들은 또 주거상품에서도 지방이 홀대받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20년 동안 전세금 올려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시프트는 '서울 특산물'이냐고 비아냥거렸다. 지방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보금자리주택에도 할 말이 많았다. 지방은 무덤이고 수도권은 요람(보금자리)이라는 불평이다. 이래저래 지방은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받고 있다고 느끼는 듯 했다.

내년 설날에는 아니 올 추석 상에 오를 밥상부터는 투기,집값 급등,전세대란 등과 같은 메뉴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문권 건설부동산부 차장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