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커플매니저 1호 레베카 울프씨

"심리학을 전공해서 다양한 상담을 많이 했습니다.하지만 이렇게 독특한 형태의 상담은 처음 접했습니다.호기심이랄까요.이 일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3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결혼정보회사 선우 사무실에서 미국 국적의 레베카 울프(31.여)씨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이 회사에서 최초의 외국인 커플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울프씨는 해외에 살고 있는 교민이나 국내에 거주하지만 외국생활을 오래 해 한국어가 서툰 남성과 여성을 주로 상담한다.

선우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객 대부분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사용하는 사람이었지만 해외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울프씨는 이런 고객을 상대하는 데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울프씨는 하루에 약 15명을 상담하며 6개월 동안 50여건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아직 결혼에 골인한 커플은 없지만 큰 불평을 들은 적은 없다고 한다.

가장 인상적인 고객은 현재 상담 중인 런던에 사는 한국인 여성이라고 했다.

한국인이지만 사고방식이나 생활스타일은 완전한 영국인인 여성으로, 자신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한국인 남성과 만나기를 바란다는 것.
울프씨는 "후보 몇명을 골라 프로필을 보냈는데 그 여성이 어떤 선택을 할지 무척 흥미롭다"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남녀의 요구를 파악해 만남을 성사시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에 못지 않게 고객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고객은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소개받은 상대에게 불만을 갖기 쉽다는 것. 10살 연하의 상대를 원하거나 자신보다 외모가 떨어진다고 불평을 털어놓는 정도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했다.

울프씨는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고객에게는 직설적인 충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친절해야 하고 고객의 기분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직업인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인 뿐만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미혼 외국인에게도 `사랑의 큐피드'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