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은 눈에 보이는 계량적이고 정량적인 기준만으로 인재를 선별하지 않았다. 30년간 신입사원 최종면접에 참여,요즘 말로 '스펙'이 좋은 인재를 무수히 떨어뜨렸다. '호암이 관상을 보고 사람을 뽑는다'는 소문이 돈 것은 지원자들이 보기에 합격 기준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호암은 어떤 인재를 선호했을까. 호암어록을 살펴보면 정답이 나온다. "재기에만 치우친 듯한 젊은이보다는 성실하고 온후한 인상을 주는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간다. 나는 학력에 50점,인물에 50점을 배정한다. 인물은 용모가 단정하고 건강하고,능동적인 성격을 우위에 둔다. 학과 성적이 좋다고 해서 꼭 훌륭한 인재라고 할 수는 없다. "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은 호암이 튀는 인재보다 성실한 인재를 선호한 이유를 당시 삼성 계열사들의 공통된 특성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사고만 없으면 이익이 나는 사업들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착실하고 꾸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인재가 많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철두철미했던 호암도 평소 인재 선별의 어려움을 자주 호소했다고 한다. 만년에는 "사업의 승패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는데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반반의 확률밖에는 자신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