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이 인터넷과 문자메시지 같은 IT 기술이 사람 사이 유대감을 약화시킨다며 가상현실 속 소통에 의존하지 말고 만나서 대화하라고 조언했다는 소식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직접 부대껴야 유대감을 느끼고 열정도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여왕의 성탄메시지를 빌릴 것도 없다.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덕에 편해진 건 틀림없지만 얼굴을 맞대지 않다 보니 아는 사람만 많지 친한 사람은 적다. 둘은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르다. 친한 사람은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도 해줄 수 있지만 그냥 아는 사람은 그러기 힘들다.

만남이란 좋기도 하지만 귀찮음도 수반한다. 시간을 내야 하고 돈도 든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전화도 신경쓰인다. 안받으면 어쩌나,누가 들으면,반갑지 않아 하면 마음만 상할 텐데 등.그러니 대부분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대신한다. 답이 오면 다행이고 안와도 도리는 다했다고 여긴다.

이러다 보면 수시로 연락하지만 얼굴은커녕 목소리도 모르는 채 지나가는 일이 수두룩하다. 당연히 유대감도 안생긴다. 유대감이란 같은 테두리 안에 있다는 사실이 만족과 위안을 주는 것,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아는 것,기쁨은 물론 걱정도 나눌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유대감을 느낄 데가 적거나 없다는 건 외롭고 공허하다는 의미다. 여왕의 조언처럼 유대감은 만나야 생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자주 대면해야 미운 정이라도 든다. 유대감을 높이자면 또 뭔가 함께 하는 게 좋다고 한다.

'호모 무지쿠스'의 저자 대니얼 레비틴이 꼽은 방법은 합창이다. 함께 노래하면 신뢰감을 형성시키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노래는 또 일체감 및 희망과 신념의 체계화에 기여한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모방이 사회적 유대감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유니스 케네디 쉬리버 국립 아동보건 및 인간발달 연구소에서 꼬리말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비슷하게 구는 게 조화로운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더라는 것이다. 망가지는 배우가 뜨는 이유인 셈이다.

2009년도 며칠 안 남았다. 남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과 친족 사이 유대감도 함께 하는 시간에 비례한다. 만나는 게 도저히 안되겠으면 전화로라도 소식을 전할 일이다. 유대감은 공들인 만큼,부담을 떨치고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생겨나고 강화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