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V자형 반등'이 재현된 한 해였다. 지난해 말 유행했던 증시 용어들을 돌이켜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3일 장중 992.69포인트를 찍은 후 9월23일 1723.17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V'자에서 오른쪽 상향 곡선이 훨씬 길고 큰 '√ '에 가까운 형태를 연출했다. 11월 말까지 약 두 달 동안 조정을 받긴 했지만 최근 증시가 다시 연말랠리를 펼치고 있어 투자자들의 심리는 지난해 말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역동적인 반등을 보여준 국내 증시의 키워드를 통해 2009년을 돌아보자.

◆IT · 금융 · 자동차 '블루칩'의 선전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IT(정보기술) 제품과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오히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도약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순이익은 작년 5조5259억원보다 무려 78.01% 늘어난 9조8365억원에 달해 최고치를 갈아치울 전망이다. 3분기까지 순이익 6조5958억원에 국내 증권사들의 4분기 순이익 전망치 평균인 3조2407억원을 합친 수치다.

순이익 1조원 클럽 가입 기업수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제조업 상장사 중 10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낼 삼성전자를 필두로 13개사의 순이익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작년 8개사에서 5개사가 더 늘어난 것이다. 포스코(3조3086억원) 현대차(2조8400억원) LG전자(2조1567억원) 역시 수조원대 순이익이 예상되며 현대중공업과 LG화학 LG 현대모비스 SK텔레콤 등 5개사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이미 조단위를 넘어섰다. 기아차KT 현대제철 SK에너지 등 4개사가 4분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며 1조원 클럽 가입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다.

◆돌아온 외국인 '바이(Buy) 코리아'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33조603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은 올해 한국시장으로 되돌아왔다. 올 들어 지난 주말까지 32조원 넘게 순매수해 이미 작년에 팔았던 만큼을 거의 되사들였다.

실적이 좋아진 대형 블루칩이 쇼핑 1순위였다. 삼성전자 포스코 신한지주 현대차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LG전자 LG 등은 외국인이 1조원 이상 사들인 종목이다.

외국인들의 '한국 사랑'은 여타 아시아 증시와도 구별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외국인은 한국에서 229달러를 순매수해 외국인 투자동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 7개국 증시 가운데 최대치를 기록했다. 2위는 인도(150억달러),3위는 대만(116억달러)이었다.

◆FTSE 선진 지수 편입

코스피지수가 지난 9월21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것은 올 한 해 국내 증시의 '경사'로 꼽힌다. 지정학정 리스크 등에 의해 오랫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외국인은 올 하반기 국내 증시에 19조5447억원을 투자,상반기(11조9870억원)의 두 배 가까운 자금을 국내 시장에 투입했다. 특히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지난 3분기에만 14조7984억원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었다.

국내증시는 내년에 미국 및 일본계 중장기 투자 자금에 영향을 미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추가적인 외국인들의 유입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미래 먹거리는 '녹색(그린) 성장'

각국 정부가 친환경 녹색성장을 경기회복 및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면서 증시에 활력을 보탰다. 전력소비를 낮춘 발광다이오드(LED),전기차와 2차 전기,원자력,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풍력,태양광,자전거 등의 분야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스타 종목'들이 탄생했다. 연말 스웨덴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를 통해서도 녹색산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머징마켓이 글로벌 경기 견인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49.61% 올랐다. 코스닥지수도 53.9% 상승했다. 소비와 경제성장률, 투자심리에서 이머징 국가들의 회복이 단연 두드러졌다. 러시아가 129.38%로 지수가 두 배 이상으로 오른 것을 비롯해 브라질(80%) 인도(79.70%) 대만(73.4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73.19%) 홍콩 항셍(49.55%) 등이 큰 폭의 상승률을 자랑했다. 미국 다우존스(19.26%)나 일본 닛케이(18.93%) 영국(21.16%) 독일(23.85%) 등 선진국을 크게 앞섰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