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비만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적극적 소비자,'프로슈머(prosumer)'는 먹는 음식 자체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제품 관련 다양한 정보,특히 영양 정보에 대해 부쩍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프로슈머들은 식품회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품에 담긴 영양 성분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려 줄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달라진 현상 중 하나는 식품 회사들이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영양정보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며,특히 자신들이 만든 제품에 담긴 영양정보를 어떻게 하면 보다 정확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는 점이다. 정성들여 만든 제품에 영양정보를 충실하게 표기하는 것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영양 전문가로서 '바람직한 영양성분 표시제'의 요건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해 본다. 첫째,식품제조회사는 제품에 들어 있는 영양정보를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표시는 식품의 영양성분 및 섭취에 대해 잘못된 해석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중립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기재돼야 한다.

둘째,영양표시제는 모든 제품에 확대 실시돼야 하며 특히 어린이가 주로 섭취하는 식품의 영양표시는 앞면에 잘 알아볼 수 있게 실시돼야 한다. 어린이는 건강에 좋은 식품을 선택하는 능력이 성인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어린이 식생활 환경은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셋째,소비자가 믿고 먹었을 때 건강한 식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표시제여야 한다. 과거만 해도 소비자의 요구는 무조건 맛있는 것,먹어서 즐거운 것 등 1차원적 요구였다면,요즘 소비자는 영양적 균형 원리에 맞춰진 좋은 식품,즉 믿고 먹었을 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차원 높은 식품을 요구하고 있다.

넷째,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영양표시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영양표시제의 근간이 되는 식품의 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가 완벽하게 구축돼 신뢰성있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의 투입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함께 학회를 중심으로 한 학계와 산업계의 협력도 필요할 것이다.

내년부터 식품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소비자의 올바른 식품 선택을 도울 수 있는 '영양성분 앞면표시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업계는 영양성분 표시제 도입에 앞서 허술한 표시제를 도입할 경우 소비자가 입을 피해가 없을지 세심하게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인기 있는 제품,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제품일수록 소비자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요구를 받기 마련이므로 식품업계는 올바르고 정확한 표시제 도입과 함께 제품에 담긴 영양정보를 소비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강명희 <한남대교수·한국영양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