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 출산을 앞둔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진통’이다. 드라마와 영화 등 각종 문화적 간접 체험을 통해 ‘진통은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학습되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출산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경험이라기 보다 ‘고통스럽고 괴로운 과정’으로 여겨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산모들도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게 빨리, 무사히 낳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큰 고려 없이 제왕절개를 선택하거나, 무통분만을 원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사실, 남자들이야 죽었다 깨도 그 고통을 알겠냐마는 출산 중 진통은 고통스러운 과정임에 틀림없다. 오죽하면 예술가들도 자신들이 겪는 창작의 고통을 아이 낳는 고통에 견주겠는가.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의 표현을 빌면 진통은 ‘허리가 끊어지고, 하늘이 노래질 정도로 아프고’ 혹은 ‘평상시 겪는 생리통의 수백 배에 달하는 통증을 수반하는’ 과정이다. 산모들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초산의 경우 보통 8~24시간 정도 진통을 겪는데 20, 30분 간격으로 한번씩 진통이 올 때는 참을만 하다가, 3분 이하로 간격이 짧아지면 고통이 매우 심해진다. 하지만 아기가 질 밖으로 쑥 빠져나오면 그 길었던 통증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대단한 성취감과 감동을 안겨준다. 제왕절개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산모는 못 보았지만 산고 끝에 아기를 안은 엄마들은 대개가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긴 터널 같은 진통을 빠져 나온 후의 후련함과 기쁨에다, 좁은 산도를 빠져 나와 자신의 품에 안긴 아기를 보면서 생명탄생에 대한 경외심마저 들기 때문일 것이다. 진통을 당연한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면 자연분만은 좀더 쉬워진다. 여기에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최근 산부인과에서는 다양한 분만법을 도입해 임신부의 진통을 완화하고 자연분만 성공률을 높이고 있는데, 출산 전에 자신에게 맞는 분만법이 무엇인지 찾아보면 굳이 수술이나 진통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길 것이다. 진통을 덜어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잘 알려진 것이 라마즈 호흡법이다. 라마즈 호흡법은 프랑스의 산과의사 라마즈가 창안한 방법으로 자궁의 수축과 이완에 따라 호흡을 조절해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평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연 풍경을 연상하면서 명상에 몰두하는 명상훈련법을 선호하는 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진통시 몸이 원하는 대로 자세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자유’다. 많은 여성들이 진통 단계가 진행되고 수축 강도가 세질수록 아픔이 덜 느껴지도록 걷거나 웅크리거나 무릎을 끓고 엎드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남편에 기대어 호흡을 가다듬고 싶어하기도 한다. 가능하다면 커다란 공 위에 앉아 골반을 자연스럽게 흔들 수도 있고, 그네처럼 생긴 분만의자에 앉아 앞뒤로 흔드는 것이 통증을 완화할 수도 있다. 어떤 임신부들은 따뜻한 물 속에 몸을 담근다. 물 속에 몸을 담그면 덜 아프고, 마음도 편안하게 안정되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이 되건 진통중인 임신부가 자신의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주어진다면 산고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참을 만한 자연적인 생리현상으로 보다 긍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신, 여러 여성들이 한꺼번에 누워 있는 분만대기실에서 똑바로 누워 꼬박 8~10시간 이상 진통을 겪는 것 외에 선택권이 없다면 출산이 주는 문화적, 정서적 체험은 사라지고, 오직 의료행위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란 어렵지 않을까. 병원의 의학적 안전장치에다 임신부를 배려하는 시스템이 좀더 보강된다면 ‘출산은 임신부와 아기, 가족 모두에게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경험’으로 남게 되리라 생각한다. (도움말=인권분만연구회 회장 산부인과 전문의 김상현)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