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생률 증가와 함께 완치율도 획기적 상승

국내 암 환자 발생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치료기술 등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생존율도 획기적으로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위암, 자궁경부암, 위암의 완치율은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이미 높아졌고 증가 추세인 대장암, 유방암 등 `서구형 암' 환자 생존율도 미국, 캐나다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1996년 암정복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국가적인 암 관리 체계를 갖추면서 1999년부터 암 조기검진사업을 시행하고 곳곳에 암센터를 설립하는 등 노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암 진단 및 치료기술이 획기적으로 나아진데다 국민들의 암검진에 대한 인식도 개선된 것도 한 원인이다.

◇"여성 암환자 9년만에 77% 증가" = 암 환자는 확실히 늘어나는 추세다.

암 조기진단사업 실시와 참여자 증가, 진단기술의 향상으로 남성 암 환자는 1999년 5만7천594명에서 2007년 8만5천257명으로 48%나 늘었다.

이보다 더 극적인 것은 여성. 여성 암 환자는 4만3천438명에서 9년만에 7만6천663명으로 무려 76.5%나 증가했다.

암 환자의 성비(여성 1명당 남성수)는 1.11로 남성이 많긴 했으나 0∼14세는 1.23, 15∼34세는 0.44, 35∼64세는 0.92, 65세 이상은 1.56으로 연령별 편차가 컸다.

인구수로 보정한 암의 연령표준화발생률도 2006년엔 인구 10만명당 262.7명(남 315명, 여 233.9명)이었으나 2007년엔 268.5명(남 313.7명, 여 246명)으로 늘어났다.

외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국민의 암 발생률은 낮은 편은 아니었다.

국제사회의 최신 자료인 2002년 조사결과를 비교하면 우리나라 남성의 암 발생은 인구 10만명당 287.3명으로, 미국 406.6명, 프랑스 341.8명, 영국 286.2명보다는 낮았으나 일본 261.4명, 중국 204.9명, 태국 148.2명보다 높았다.

여성의 암 발생률 역시 비슷한 추세였다.

◇갑상선암.대장암 급증 추세 =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남성의 주요 암의 종류 가운데 위암, 간암, 폐암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전립선암과 대장암은 연간 각각 13.2%, 7%의 증가율을 보였다.

여성의 경우 1위암인 갑상선암이 연평균 26%의 가파른 증가율을 보인 것을 비롯해 유방암 6.6%, 대장암 5.3%, 폐암 1.2%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자궁경부암과 간암은 각각 4.9%, 1.6% 낮아졌다.

2006년과 2007년을 비교해도 암 종류의 변화가 눈에 띈다.

2006년엔 위암, 대장암, 폐암, 갑상선암, 간암, 유방암, 전립선암 차례였으나 2007년엔 위암,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전립선암으로 4위였던 갑상선암이 2위로 뛰어올랐다.

남성은 위암, 폐암, 대장암, 간암, 전립선암의 순이었고 여성은 갑상선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 폐암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까지 여성의 암 발생률이 더 높다 50대 이후에는 남성의 암 발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여성이 갑상선암과 유방암에 걸리는 연령대가 10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40∼50대에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의 경우 40대에는 위암과 간암이, 50∼60대에는 위암이, 65세 이후에는 폐암이 가장 많이 발생했고, 여성은 64세까지는 갑상선암이, 65세 이후에는 대장암과 위암이 가장 많이 걸렸다.

14세 미만의 아동에게는 백혈병이 가장 유력한 암의 종류였다.

◇선진국보다 나아진 암 완치율 = 암 환자 144만9천482명의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2003∼2007년 사이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5년간 생존해 있을 가능성은 57.1%로 나타났다.

암 치료후 5년간 생존하게 되면 의학적으로 완치된 것으로 간주한다.

5년 생존율은 1993∼1995년 41.2%에서 1996∼2000년 44%로, 2001∼2005년 53.1%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5년 생존율은 남성 48.3%, 여성 67.1%로 여성이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갑상선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의 치료율과 생존율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이 많이 걸리는 위암의 5년 생존율은 1993∼1995년 42.8%에서 2003∼2007년 61.2%로 상당히 호전됐다.

대장암은 54.8%에서 68.7%로, 전립선암은 55.9%에서 82.4%로, 유방암은 77.9%에서 89.5%로, 자궁경부암은 77.5%에서 80.5%로 상당히 나아졌다.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2007년 현재 98.8%로 가장 높았다.

이는 사실상 거의 모든 환자를 완치시켰다는 의미다.

다만,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1.3%에서 16.7%로, 간암 환자는 10.7%에서 21.7%로, 담낭암 환자는 17.3%에서 23.5%로 나아지긴 했으나 의료기술의 한계 등으로 인해 획기적인 생존율 상승을 보기는 어려웠다.

예후와 치료가 어렵다는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4%에서 7.6%로 떨어지기도 했다.

암환자 생존율의 향상으로 미국의 수준에 근접하게 됐다.

한국인에게 많은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의 생존율은 오히려 미국(25.7%, 13.1%, 70.6%)보다 훨씬 높았고 두 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은 대장암, 유방암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