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통화 스와프가 내년 2월1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세계금융시장이 안정세를 회복했다는 판단 아래 14개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끝내기로 방침을 정했고 한국 또한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한 · 미 통화스와프 협정의 종료는 긍정적 측면과 우려되는 측면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FRB가 그동안 풀었던 달러화를 다시 거둬들이는 외환시장 출구전략을 취하기로 했다는 것은 금융위기의 재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음을 뜻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역시 외환보유액이 2700억달러를 상회하면서 1년 새 700억달러나 늘어났고 경상수지 흑자도 이어지는 등 외환사정이 크게 호전된 상황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17일 한 · 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 중 남아있던 4억5000만달러까지 모두 회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

하지만 우리 금융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안정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낙관을 불허(不許)한다. FRB 등이 내년 세계경제가 호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블딥 도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여전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최근엔 유럽 및 일본 경제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면서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신경을 쓰이게 한다.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갈 경우 환차익과 금리차를 노리고 신흥국 등으로 유입됐던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올 들어 해외자금에 의한 국내 증권 매입 규모가 80조원을 상회하고 있고, 이 중 상당 비율은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 나간다면 환율이 크게 출렁거리는 등 외환시장 불안이 재연될 소지가 적지 않다. 9월 말 현재 대외채무가 4000억달러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1800억달러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채무라는 점도 부담을 갖게 한다.

물론 외환보유액이 단기채무 규모를 훨씬 웃도는데다 내년 2월이 시한인 한 · 일 통화스와프는 연장될 가능성이 높고 한 · 중 통화스와프도 2년 정도 시한이 남아 있는 상황이고 보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 한 · 일, 한 · 중 통화스와프가 한 · 미 통화스와프의 공백을 커버하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한층 더 긴장감을 갖고 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외화유동성 관리 및 환율 변동에 지속적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단기 채무를 중장기 채무로 전환하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 관리와 외환보유액확충 또한 게을리해선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