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09년의 마지막 달도 저물어 간다. 올해 초 다짐했던 수많은 결심 중에 과연 무엇을 실천했나 되돌아 보는 시기다. 올해 세운 목표 중 하나는 재테크였을 텐데 일년 내내 금융위기의 여파로 한치앞도 볼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부동산과 주식시장 어느 것 하나 쉽사리 투자할 수 없었고,개인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결코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자가 이 같은 시기를 겪으며 느낀 점은 역시 '재테크'보다는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재테크는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것인 반면 재무설계는 결혼이나 내집 마련,은퇴 등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에 대비해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 재무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혼돈 속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재무설계는 목적지를 찾아가는 이정표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재테크가 아니라 재무설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첫번째 이유는 저금리와 고령화다. 저금리 시대에 안전한 예 · 적금만 들었다가는 나중에 받게 될 금액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래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저금리가 불만인 고객은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겠지만 과도한 고위험 투자는 지난해와 같이 금융위기가 닥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평균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재무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지금부터 노후 생활비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노후생활의 어려움은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다. 단기간의 수익률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여 연금상품 준비에 소홀했다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짧아지는 정년이다. 현재 샐러리맨들은 대부분 본인이 다니는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 1970~1980년대에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기간이 은퇴 후 소비만 하는 기간보다 길었지만 지금은 소비기간이 더 길어졌다. 단순히 돈을 모으기보다는 목돈이 필요한 시점을 미리 예상해 장기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세 번째로 재테크에는 리스크 관리라는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재테크는 단기간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니 질병이나 갑작스런 사망 등을 겪게 된다면 재테크를 통해 이루려고 했던 자녀교육,주택마련 같은 목표를 이룰 수 없게 된다. 재산을 불리는 것도 보험 등을 통해 적절한 위험 회피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다.

재무설계란 말이 유행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돈많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고액 자산가가 일반인보다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현재 자산과 소득으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거기에 맞춰 투자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보험은 재무설계를 해야 하는 세 가지,다시 말해 저금리와 정년단축,리스크 관리를 포괄하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이번 해엔 얼마를 모으겠다'는 재테크도 좋지만,차분히 디딤돌을 놓는 심정으로 나의 삶을 풍요롭게 일궈줄 재무설계를 목표로 삼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