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능력이나 업적과 관계없이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현직 은행원들을 '뒷방'으로 몰아내는 구습이 올해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상자는 은행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내년에 만 55세가 되는 1955년생들이다. 아직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로 정년이 5년이나 남아 있지만 하루아침에 지점장 자리를 내놓고 월급마저 깎이는 수모를 겪어야 한다. 4대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국민 우리 하나은행이 '임금피크제'라는 이름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연말 인사에서 본점 부장과 지점장 가운데 1955년생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대상은 120여명이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최근 "실적이 우수한 일부 부 · 점장에 대해서는 현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그 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해의 경우 구제받은 사람은 5명에 불과했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으면 향후 5년간 지금보다 훨씬 적은 연봉을 받게 된다. 첫해엔 전년 연봉의 70%를 받고 다음 해엔 60%,그 다음 해엔 50% 등으로 줄어든다. 담당하는 업무도 연체채권 회수를 비롯해 민원상담,영업점 감사,마케팅 등으로 바뀐다.

우리은행 측은 부행장급 12명 가운데 7명이 이들보다 나이가 적은 1956년생이라는 점을 들어 임금피크제 적용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국민은행도 내년 1월 부 · 점장 인사에서 1955년생 200여명을 임금피크제 대상으로 넣을 방침이다. 내년부터 3년간 받을 급여를 5년간 나눠 지급하게 된다.

하나은행 역시 1955년생들 가운데 그동안의 업무성과와 평판,인사고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중하위권에 속하는 부 · 점장급을 후선 업무로 뺄 계획이다. 작년까지는 지점 검사역으로 내보낸 경우가 많았으나 올해의 경우 미소금융재단 대출심사역으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외환은행은 1954년생 60~70명이 이번에 임금피크제 대상이다. 이들은 만 59세까지 직전 연봉의 150~190%에 해당하는 임금을 4년간 나눠서 받게 된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