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미소금융 지점서 만난 영세상인들
beje@hankyung.com
이날 문을 연 미소금융 지점은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곳이다.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을 비롯한 저소득층에 500만~1000만원의 돈을 연 4.5% 이하의 금리로 빌려줄 예정이다. 창업계획 등 자활 의지를 가진 신용등급 7등급(전체 10등급 기준) 이하가 대출 대상이다.
미소금융에 대한 서민들의 기대는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이날은 정식업무 없이 개소식만 하려고 했는데 언론보도를 접한 몇몇 사람들이 지점을 방문해 즉석에서 간이 상담을 받기도 했다. 팔달문시장의 한 상인은 "재래시장 상인들 중에는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못 빌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급한 돈이 필요하면 이자를 많이 줘야 하는 일수대출 등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상인은 "기업에서 낮은 이자로 돈을 꿔준다고 하니 내일 나도 상담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소금융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저신용자에게 낮은 이자로 돈을 꿔준다는 점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활의지와 사업계획이 없는 사람들조차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지점을 찾은 사람들 중 몇몇은 창업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왔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미소금융은 대출만 해주는 게 아니라 사후관리 서비스가 결합된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이 말이 현실이 되려면 미소금융을 '급전대출 창구'나 '복지'로 오해하는 사람들의 인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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