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 정보를 가려내고 가공해 새 지식 창조

美, 비판적 사고 강조하며 교육개혁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가 대학 입시와 기업 취업의 주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행정관료와 외교관이 되기 위한 공무적격성 평가(PSAT)시험, 법조인이 되기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에서 비판적 사고 시험을 치르고 있다.

대학 입시 논술 및 면접에서도 비판적 사고가 있어야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과연 비판적 사고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알아보기로 하자.

⊙ 비판적 사고란

[Cover Story] 비판적 사고는 묻고 답하면서 진리를 찾아가는 능동적 과정
'비판'하면 흔히 세상에 대한 못마땅한 태도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대고 불평하는 것은 주관적 '비난'에 불과한 것이지 올바른 비판은 못된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흠집내기 위한 부정적인 태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비판적 사고는 일종의 고차원적 사고능력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깊이있게 탐구하고 해결책을 찾는 지적 행동이다.

어떤 사실이나 사건에 대해 별다른 생각 없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무비판적'인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없기 때문에 수동적이 되기 쉽다.

이와는 달리 사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점을 발견하여 올바른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다면 훌륭하게 비판적 사고를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비판적 사고'란 어떤 주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현상을 해석하고 문제 해결의 대안을 구성해 내는 능력이다.

즉 어떤 주장의 본질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각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반성적 사고를 할 때 우리는 비판적 사고라고 한다.

어떤 환경론자가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더 이상 경제 성장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고 해보자.

이 주장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로 문제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우선 주장과 그 근거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주장과 근거가 분명하다면 다음에는 "그 근거는 타당한 것일까?" "주장은 무엇을 함축하는가?" "반대 주장은 없는가?" "반대 주장의 근거는 타당한가?" 등을 따져 보아야 한다.

이는 문제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기 위한 질문들이다.

그리고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에서 문제의 핵심에 다다를 수 있다.

⊙ 비판적 사고의 역사와 교육 현황

비판적 사고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방법에 대한 모범적인 틀을 제시한 사람이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진리의 산파술로 불리는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다.

참된 지식,즉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소크라테스는 끊임없이 질문과 대답을 계속한다.

소크라테스의 철학 방법론 자체를 비판적 사고로 볼 수는 없으나 그의 문답법은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에서 존 듀이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사고에 대해 비판적 사고는 스스로 혼자의 힘으로 질문을 제기하고 답을 찾아가는 능동적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이론은 교육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미국에서 비판적 사고가 공교육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83년 '위기에 처한 국가'라는 연구 보고서가 발간되면서부터이다.

이 보고서에는 학생들의 학력저하,부족한 문제해결 능력,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 부족은 '생각하는 능력'의 결여에 있다고 보고 그 원인을 찾아 교육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 비판적 사고가 왜 중요한가

정보사회에서는 축적된 지식의 양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수많은 정보들이 떠돌아다니며 지식이 생산,재생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유용한 정보도 있지만,데이터 스모그라고 불리는 불필요한 정보도 널려 있다.

말하자면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를 걸러내고 가공하는 힘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어떤 정보가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현대 정보사회는 주입식 교육으로 교과서를 달달 외울 필요성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인재상이 필요할 것인가?

바로 비판적 사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정보의 취사 선택뿐만 아니라 주어진 정보들을 활용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의사결정 능력을 길러주는 밑거름이다.

흔히 민주사회에서 요구되는 최고의 덕목은 바로 합리성이라고 한다.

전후좌우를 따져 볼 필요 없이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무조건 따르도록 했던 권위주의 시대에는 합리성이 통하지 않았다.

개인은 물론 공공분야에서도 쌍방향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개개인의 자율과 민주적인 절차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비판적 사고야말로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 개개인이 갖춰야 할 핵심 가치인 것이다.

정규태 다산논리연구소연구위원 metak88@dasanlawschool.com



비판적 사고 예시 문제 및 해설

<문제>

다음 중 (가)와 (나)의 밑줄 친 곳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가) K국에는 이상한 법이 있다. 국경을 경비하는 병사들은 다른 나라에서 오는 사람을 붙잡으면,"여기에는 무엇을 하러 왔는가?"라고 묻는다. 바른 대로 대답하면 아무 일이 없지만,만약 거짓말을 하면 교수형에 처하게 되어 있다. 어느 날,한 사내가 국경을 넘어와서 말하기를,"___________________________"라고 했다. 병사들은 당황했다. 그 사내를 교수형에 처할 수도,그렇다고 교수형에 처하지 않을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나) 아기를 빼앗은 악어가 어머니에게 문제를 내었다. 자신이 낸 문제를 맞히면,아이를 살려 줄 것이고 그 문제를 맞히지 못하면 아이를 잡아먹겠다고 하였다. 악어가 말하기를 "내가 아이를 잡아먹을까,잡아먹지 않을까?"라고 하였다. 그러자 어머니는 "___________________________"라고 말하였다. 악어는 아이를 잡아먹을 수도 없고,그렇다고 그러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자,그냥 아이를 어머니에게 돌려주고 말았다.

(가) (나)

① 나는 교수형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잡아먹는다.

② 나는 교수형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잡아먹지 않는다.

③ 나는 교수형을 당할 것이다. 아이를 잡아먹는다.

④ 나는 교수형을 당할 것이다. 아이를 잡아먹지 않는다.

⑤ 병사들은 교수형을 당할 것이다. 아이를 잡아먹는다.

<해설>

(가)는 돈키호테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를 변형시킨 것이다.

(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자들이 자주 이야기하던 역설 중 하나이다.

이 둘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 어떤 행동을 할 수도,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 즉,자신이 말한 바에 역행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 역행하는 내용을 추리해야 한다.

(가)에서는 교수형이 포인트이기 때문에 "나는 교수형을 당할 것이다"라고 하면 된다.

만약 이 말이 참말이라면 약속대로 그 사내에게는 아무 일도 발생하지 말아야 하지만,그 말대로 교수형에 처해져야 한다.

그 말이 거짓이라면,거짓말을 했으므로 교수형에 처해야 하겠지만,교수형에 처한다면 참말이 되므로 교수형에 처해서는 안 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거기서도 "아이를 잡아먹는다"라고 대답하면 마찬가지로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정답은 ③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