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9일 밤 서울 논현동 중식당에서 열린 기자단 송년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사면 문제를 화두로 꺼냈다. 김 회장은 "삼성을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키운 이 전 회장은 능력있는 기업인이고,이런 분에게 경제활동의 기회를 줘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입장은 회장단회의를 거친 사안이며,중소기업계의 공식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중기중앙회는 삼성과 인연이 깊다. 중기중앙회는 한 중소기업글로벌지원센터 신축을 앞두고 삼성으로부터 몇 달 전 25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센터는 중기 수출촉진 기지로 활용된다. 건축비 1463억원의 대부분을 빌려야 하는 중기중앙회로서는 '가뭄 속의 단비'와 같았다.

이뿐만 아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중기중앙회 연수원도 삼성이 아니면 생기기 어려웠다. 10여년 전 삼성은 그룹 소유였던 부지를 장부가로 내준 데 이어 무상으로 건물까지 세워줬다. 역대 중앙회 회장들은 당시 이 전 회장이 신축 중인 연수원이 인근 삼성의 연수원보다 작다는 이유만으로 건설책임자에게 불호령을 내리고,"화장실 변기 하나까지 세세하게 신경쓰고 삼성연수원보다 무조건 좋게 지어라"고 강조했던 말을 머리에 깊이 새기고 있다. 현재 연수원은 모든 중소기업들에 개방돼 교육장소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반대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곱지 못한 정서도 있고,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사면요구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 등 회장단은 이 전 회장이 중소기업계에 쏟은 그동안의 상생경영 노력에 초점을 맞춰 정부에 사면을 공식 건의키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들어 경제계뿐만 아니라 문화 체육계 할 것없이 이 전 회장에 대한 '릴레이' 사면요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17.7%를 차지하는 삼성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이 전 회장의 사면이 몰고 올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까지 이 같은 대열에 동참한 만큼 당국의 결정이 주목된다.

손성태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