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DS'를 모르는 초 · 중학생이 드물 정도로 이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게임기다. 미국의 저명 경제 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의 특별 리포트에 따르면 닌텐도는 '2009년 세계 최고 40대 기업'(World's Best Companies 2009)에서 1위를 차지했다. 2,3위는 각각 미국의 구글(Google)과 애플(Apple)이었다. 지난해 매출액이 100억달러 이상이고 매출의 25%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얻은 2500개 대기업을 선정해 매출액 성장과 가치창출 등을 분석,40대 기업을 골라낸 결과다.

우리나라 대통령까지도 크리에이티브한 일본의 닌텐도가 우리보다 앞서가는 게 사실이라고 말하며 "닌텐도 게임기를 우리 초등학생들이 많이 갖고 있는데 이런 것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말할 정도다. 닌텐도 DS가 올해 전 세계 판매량 1억대를 돌파한다니 놀랄 만한 일이다. 발매 4년3개월 만에 거둔 실적으로 가정용 게임기 사상 최단 기록이기 때문이다.

처음 일본 교토에서 화투를 만드는 작은 회사로 출발한 닌텐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창조기술(Creative Technology)에서 소니를 이기고 세계 시장을 석권한 게임기 전문 회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기업의 인간적 측면(The Human Side of Enterprise)'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미국의 맥그리거(D.McGreoger)는 "조직 구성원들의 잠재능력을 발휘시킬 수 있는 방법만 안다면 회사의 능률이 적어도 두 배로 오를 것이라는 사실에 대부분 경영자들은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홋카이도는 세계적인 '눈의 도시'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이 지방의 눈은 한여름까지 방치해야 하는 애물단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확 달라졌다고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눈(雪) 에너지'를 멋지게 활용하는 도시로 유명해졌다는 소식이다. 누마타초의 '누마타 눈 이용 기술개발센터'는 해마다 겨울이 오면 이른바 폭설 맞이로 바쁘다. 쌓이는 눈을 치우기에 바쁜 것이 아니라 눈을 모아 이용하기에 바쁘단다. 전기보다 비용이 20%밖에 들지 않는 눈 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것이다. 눈을 저장해 곡물을 냉동 저장하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여름에도 평균 5도의 저온으로 저장하는 '설중미(雪中米)'가 쌀 저장시설에 가득 들어 있다.

이 설중미는 동남아 각국으로 수출돼 보통 쌀보다 약 두 배의 값을 받는다. 5년이 지나도 햅쌀 맛을 유지한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일본 북부지방에 이 저장시설이 120곳이나 있지만 당시는 세계 최초라고 한다. 눈 1t을 사용하면 석유 10ℓ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28.6㎏가량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아스팔트 바닥에 5000t 규모의 눈산을 만들어 이곳에서 녹아내린 차가운 물로 냉각시킨 시설에서 재배하는 홋카이도 특산물 '설중 버섯'도 이 지방의 특산품으로 알려져 있다.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이와 같은 눈 에너지 이용은 도후쿠 등 일본 북부지역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바람,파도,지열,태양열,강물 등으로 인한 피해도 많지만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돌려놓는 기술이 새로운 재생에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싹트게 하는 원천은 말할 것도 없이 아이디어에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13년이 지났고,올 11월에는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다른 나라를 원조하는 선진국 대열에 당당하게 들어섰다.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우리 기업도 더욱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먼저 창의적으로 다듬어지고 틀을 갖추어야 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기업)은 가치를 창출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유익하고 친근한 장(場)이다. 닌텐도 종업원이나 홋카이도 주민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창의적인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일궈내는 성과다. 조직은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먹고 자란다. 아이디어가 흘러 넘치는 조직은 생기가 돌고 의욕이 분출한다. 창의적인 조직이 인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회식 < 한국제안활동 협회 회장·경기대학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