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토 중인 저가구매인센티브제 는 제약업계만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인 만큼 도입해서는 안 됩니다. "

어준선 제약협회장(안국약품 회장 · 사진)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 차원에서 의약품 소비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업계도 살리는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정부가 최근 병원과 의원의 보험수가를 당초 계획보다 높은 1.4%,3.0%로 각각 인상해준 것과 관련,"경영난에 처한 병의원을 고려한 조치로 이해하지만 형평성 측면에선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병의원은 정부 고시가격과 실거래가격 차액의 70%를 받는 저가구매인센티브에다가 처방액을 연간 4000억원가량 줄일 경우 수가인상까지 확정돼 이중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제약업계는 두 제도만으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매출 감소에 직면할 처지다. 어 회장은 "제약업계는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일부 업체들은 10년 전 의약분업 도입 때보다 더 힘든 '단군 이래 최악'의 위기로 인식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미 정기약가재평가와 기등재약재평가,리베이트 적발시 약가 깎기 등 여섯 가지의 약가 인하 제도가 시행되는 마당에 이 같은 약가인하 장치가 추가된다면 향후 2조원 이상 매출이 줄어들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

이런 실정에서 새 제도가 신설될 경우 자칫 필요한 의약품을 자국 제약사를 통해 제때 값싸게 자급자족할 수 있는 '제약주권'을 잃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제약회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해 사실상 다국적 제약사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제약 기반이 무너지면 제2의 신종플루와 같은 팬데믹(대량감염사태)이 올 경우 다국적 제약사가 정한 가격과 물량에 의약품을 살 수밖에 없는 '제약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 어 회장의 경고다. 따라서 저가구매인센티브제보다는 처방총액절감제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

리베이트 근절 방안과 관련,어 회장은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약가를 깎는 기존 제도의 강력한 시행과 시민감시 체계 등을 조화롭게 운용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도 이미 마련한 내부 고발 시스템과 윤리규약을 더욱 강력히 시행해 리베이트 근절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어 회장은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신약개발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도 고비용의 주범인 리베이트는 근절돼야 마땅하다"며 "회원사들과 머리를 맞대 가능한 모든 방안을 찾아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