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상과학 영화 '터미네이터' 속 주인공은 3차원(D) 특수 안경을 쓰고 다닌다. 이 안경을 통해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면 관련 정보가 붉은 디지털 문자로 줄줄이 눈앞에 나타난다. 상대방의 이름,나이뿐만 아니라 범죄 기록 등도 입체 영상과 함께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2.제일기획이 최근 선보인 '매직 브로슈어'는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 상품 안내 기기다.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실제 써보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모니터 위에 설치된 카메라가 바로 앞에 있는 소비자를 인식,촬영한 뒤 화면 속의 제품과 합성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시대가 눈앞에 열리고 있다. 증강현실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상품,건물 등에 다양한 정보가 담긴 그래픽 효과를 더해 확대한 것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실재하지 않는 것을 꾸미는 것인데 비해,증강현실은 실제 세계를 디지털 기술로 넓혀 놓은 개념이다.

스마트폰은 이런 증강현실 기술을 가장 두드러지게 적용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모바일 운영시스템(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등에서 쓸 수 있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IT(정보기술) 업체인 NAI가 최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으로 개발한 '레이아(Layar) 3.0' 프로그램은 3D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를 이용,건물 등을 촬영하면 이를 인식해 입체 효과와 함께 인터넷에 있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건물 모습에 가상의 인물이나 오디오 등을 집어넣을 수도 있다.

아이폰용 증강현실 프로그램 '카 파인더'를 이용할 경우 대형 주차장에 차를 댄 뒤 나중에 위치를 찾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주차한 곳을 카메라로 찍어두면 현장의 모습과 함께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로 정확한 위치를 기억해 주기 때문이다. 주차한 곳으로 찾아갈 때는 아이폰의 카메라가 주변의 모습을 검색하며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유통업계에서도 증강현실 기술은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마케팅 회사인 주가라(Zugara)는 최근 이 기술을 이용,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다. 옷을 사고 싶은 소비자가 집에서 쇼핑몰에 접속한 뒤 웹카메라를 켜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하면 가상으로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해 가며 옷을 입어볼 수 있다. 인맥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연결,친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의견도 물어볼 수 있다.

일본 소니는 가상 펫(애완동물) 게임인 '아이펫'에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했다. 게임기에 장착된 카메라를 켜 놓으면 애완동물이 사용자와 겹쳐 보이며 함께 공놀이를 하고 장난도 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는 콘택트렌즈를 끼고 거리를 지날 때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의 정보를 3D 영상으로 보는 시대도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ABI리서치는 지난해 600만달러 규모였던 증강현실 관련 산업이 2014년에는 3억5000만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