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미남이시네요' 황태경 역으로 호평

화장을 지운 장근석(22)의 얼굴은 맑고 예뻤다.

핀을 꽂아 뒤로 묶은 헤어스타일이나 아이돌밴드 같은 옷차림은 여전히 황태경과 비슷했지만, 아이라인과 분을 지운 얼굴에서는 뽀얗고 상큼한 기가 흘러넘쳤다.

"평소에는 화장 안 하죠. 아이라인은 황태경의 캐릭터에 어울리겠다 싶어서 특별히 강조했던 것인데 다행히 메이크업해주시는 분이 잘해주셔서 이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쾌도 홍길동'에 이어 두 번째로 아이라인 화장을 해본 건데 캐릭터 표현을 위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일 막을 내린 SBS TV '미남이시네요'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경쟁작인 KBS '아이리스'에 밀려 전체 16부 평균 시청률은 10%에 불과했지만, 드라마 OST는 3만 장 넘게 팔렸고 관련 캐릭터 상품도 인기다.

시청자들의 속편 요구도 빗발친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 황태경을 연기한 장근석의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4일 그를 만났다.

"제가 잘돼서가 아니라 드라마가 잘돼서 기분 좋아요. 잘해준 동생들한테도 고맙고요. 늘 현장에서 막내 노릇을 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형 노릇을 했는데 다들 잘 따라줘서 고마워요."

지난해 MBC TV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천재 음악 청년 강건우 역으로 주목받은 장근석은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무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황태경은 22살 장근석이 정말 잘할 수 있는 역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는 대부분 실제 제 나이보다 많은 역이었고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 위주였다면, 황태경은 지금의 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이었어요. 덕분에 제가 가장 편하게,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기 절정 아이돌 밴드의 리더 황태경은 황제 같은 캐릭터다.

천재적인 음악 감각에 잘생긴 외모를 겸비한 그는 까칠한 성격에 결벽증도 있지만, 주위 사람 누구도 그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팬들은 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

'미남이시네요'는 그런 황태경이 고미남(박신혜 분)이라는 밴드 멤버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렇다고 제 성격이 황태경과 같은 것은 아니에요. (웃음) 일할 때는 완벽주의자가 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전 그렇게 까칠하지 않아요. 다만, 황태경을 연기하면서 그런 인물이 실제로 있을 법하다고 느꼈고 그를 이해했어요. 황태경이라면 자기가 누군가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을 것 같아요. 그를 연기하면서 제가 좀 닮아간 면도 있어요."

'미남이시네요'는 한마디로 만화 같은 스토리였다.

장근석은 딱 순정만화 속 남자 주인공 캐릭터 같은 황태경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시청자들이 소녀적 감성을 가진 드라마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차에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배우들이 나와 동화 같은 이야기를 보여줬으니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비타민 같은 상큼한 드라마가 될 것이라 자신했는데 실제로 시청자들에게 영양제가 된 것 같아요.(웃음)"

젓가락처럼 가늘고 예민한 음악적 감성을 가진 아이돌밴드 리더를 연기하기 위해 9㎏을 감량했던 그는 "일본 비주얼밴드와 브리팝 스타들을 참고해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황태경은 특유의 대사 톤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거만하면서도 코믹한 대사 톤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만화 같은 스토리니까 대사 톤에도 신경을 썼어요.다소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궁리 끝에 일정한 톤을 만들었죠. 5회 정도부터 톤이 잡혔는데 다행히 감독님이 아주 좋다고 하셨죠."

그런 특이한 대사 톤이 어색하지 않았던 데는 그의 윤기 있는 목소리가 크게 한몫했다.

"전 사실 제 목소리가 느끼해서 안 좋아해요.그런데 남들이 좋아해 주셔서 잘 가꾸려고 합니다.부모님께 감사하죠."

영화 '즐거운 인생'과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이어 그는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다시 한번 음악적으로도 남다른 재능과 끼를 과시했다.

"저 음악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라요. 공부한 적도 없고요. 그런데 어려서부터 장르를 불문하고 듣는 것은 다 좋아했어요. 아침에 학교(한양대 연영과)갈 때는 무조건 클래식 FM을 틀어놓는 식이죠. 무슨 곡인지, 그 곡의 히스토리가 뭔지 몰라도 그냥 들어요. 음악은 거창하게 말하면, 제게 감정의 스케일링 작용을 해요."

그는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수를 꿈꾼 적은 없다. 작품 속에서도 내가 맡은 캐릭터가 노래를 잘하는 것이지 내가 잘하는 것은 아니다. 난 다만 그런 캐릭터를 만나 연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기하는 게 가장 좋고 그게 제자리 같아요. 지금은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죠. 장근석에게는 배우가 딱 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이 자리가 어색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