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올해와 같은 박스권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 입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금융규제를 완화할 만한 이유가 딱히 없는 데다 양도세 완화 등의 세제 완화책은 이미 나와 있어 내놓을 만한 부양책도 뚜렷하지 않다는 게 이유다. 정도의 문제일 뿐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확실시되고,두바이 사태 등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거치며 각종 호재가 쏟아져나와 집값을 밀어올릴 거라는 전망도 내놨다.

◆매매는 보합,전세가는 강세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내년에도 여전히 분양시장이 분위기를 주도할 것"이라며 "기존 주택은 지난 상반기에 어느 정도 가격이 반등해 저가 메리트도 희석됐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양도세 감면제도가 내년 2월 이후에도 유지될지,예정대로 폐지될지에 따라 갈리겠지만 수요자들이 기존 주택시장에 별다른 매력을 못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분양시장으로 수요자가 쏠리는 현상은 지속될 거라는 뜻이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가 내년 말로 만료되는 만큼 상반기 이후에는 다주택자들이 던지는 매물이 시장에 대거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주택자에 대해 60%까지 중과되는 양도세율은 올해와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최고 35%(2009년에는 33%)의 일반세율로 과세된다.

서울을 제외한 인천 · 경기지역에서는 신규 입주 아파트가 늘어난다는 것도 문제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내년 4월 이후로는 수도권 일대에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진다"며 "지역에 따라 입주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데 이는 기존 주택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1년을 놓고 보면 점진적인 회복세가 나타날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큰 틀로 봤을 때 부동산 경기는 당시의 실물경기를 반영하기 마련인데 2010년에는 실물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부동산시장도 고점 회복 시도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박 대표는 "집값이 2001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피로감으로 상승 에너지가 강하지 않은 데다 선도지역인 서울 강남권의 소득 대비 집값이 너무 비싸 급등이나 장기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상승이라기보다는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현재의 박스권을 탈출해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김일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3월 이후 서서히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완화가 기대되는 등 시장을 흔들 만한 호재가 많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전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올해와 같이 계절과 지역에 따라 급등과 안정이 반복되는 불안한 시장이 될 거라는 것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 공급이 앞으로 2,3년간 많지 않은 데다 신규분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세로 남아 있으면서 청약기회를 엿보는 무주택자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역과 상품,꼼꼼히 따져야

시장에 대한 전망이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보니 유망 상품이나 지역에 대한 추천도 힘든 상황이다. 김희선 전무는 "입지와 가격에 따라 같은 상품 안에서도 천차만별이다보니 명확하게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자산계층을 중심으로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오피스텔이나 연립주택 등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그것도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단은 한강변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과 보금자리주택 등 입지가 좋은 신규분양 아파트가 여전히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 주의해야 할 상품으로는 소규모 아파트단지와 상가가 지목됐다. 김일수 팀장은 "앞으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300채 이하의 소형 단지는 갈수록 설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중소형 아파트 단지에는 투자를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함영진 팀장은 "앞으로 얼마 동안은 아주 좋은 지역을 제외하고는 상가시장의 시장성이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며 "분양가와 매매가가 너무 올라 있는 데다 경기 활성화가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 목표한 수익률을 거두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시장에 대한 전망과 개별 상품의 수익성에 대한 전망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내년 시장은 단정적 예측이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려면 스스로 시장 상황에 대한 뚜렷한 관점을 세우고 개별 상품의 입지 및 적정 매입가에 대해 발품을 파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박원갑 대표는 "가격 부풀림 현상으로 작은 충격에도 언제든지 매매가가 출렁일 수 있는 등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하되 일단은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