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올해 자동차업계는 참 다사다난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요.

자동차업체들은 결코 즐겁지만은 않았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또 희망찬 내년을 기약하며 송년행사 준비에 한창입니다. 저녁마다 이곳들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 같습니다.

3일 저녁에는 '한 해를 어렵게 보냈기'로 따지자면 상위권에 들 GM대우의 송년회를 찾았습니다. GM대우의 주요 임원들은 한 명씩 자동차 담당 기자들의 테이블에 앉아 지나간 시간과 사건들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제가 앉았던 테이블에는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부문 총괄인 릭 라벨 GM대우 마케팅 부사장이 자리했습니다. 너무나도 '귀여운(!)' 크리스마스 넥타이를 매고 말이죠.

라벨 부사장은 '올 한 해가 어땠느냐'는 물음에 "정말 터프(tough)한 1년을 보냈다"면서도 "내년부터의 GM대우에 대해서는 훨씬 긍정적,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올 한 해 GM대우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 말이죠. 산업은행과 모기업 GM 간의 줄다리기에, 딜러십 개편을 둘러싼 대우자판과의 관계 등 당장 생각나는 '근심거리'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걸요.

라벨 부사장은 그럼에도 시종일관 쾌활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많은 대화를 나누고, 누구보다 크게 웃고 박수치며 이날 저녁을 즐겼습니다.

재미난 얘기들도 나왔습니다. 라벨 부사장은 최근 GM대우의 시범주행 트랙인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를 직접 타 봤다고 말했습니다.

'어땠느냐'는 질문에는 "정말 대단한 차(a spectacular car)"라면서 극찬을 쏟아냈습니다. 디자인도, 성능도 기대 이상이었다고 하네요. 여기까지는 '타 업체의 비방을 하지 않는다'는 업계의 관례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GM대우의 토스카와 비교하면 어떻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는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라벨 부사장은 "쏘나타가 토스카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해 듣는 이들의 귀를 의심케 했습니다.

토스카의 경우 첫 출시로부터 4년 이상이 경과했고, 쏘나타는 출시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차입니다. 라벨 부사장은 "출시년도의 차이가 있는 만큼 더 나은 부분이 있는 게 당연하다"면서 "같은 시점에 선보인 신차라면 얘기가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GM대우가 내년에 중형급 신차를 선보일 확률은 희박합니다. 아직은 여력이 갖춰지지 못해서입니다. 최근 토스카의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했고, 내년에는 현대차 그랜저, 기아차 K7 등과 경쟁할 준대형 세단 출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GM대우가 올 한 해 겪었던 내홍을 탈탈 털어버리고 국내 자동차 업계에 활력을 잔뜩 불어넣어 주기를요. 출발선이 같다면 언제든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멋진 신차도 함께 나오길 기대합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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