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펀드가 잘 팔린다. 출시된 지 2년이 넘어 성과가 검증된 펀드로 신규자금 유입이 활발하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들어온 11월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6일간 투자원본(설정액)이 가장 많이 불어난 펀드는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네비게이터1(A)'이다. 이 기간 설정액은 38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신광개토A'도 200억원 넘게 불어났고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C)' '삼성스트라이크1(C)' '신영마라톤A1' '마이다스블루칩배당C' 등이 80억~100억원씩 증가했다.

올해 펀드투자자금이 전반적으로 유출되는 상황에서 이들 펀드로는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작년 말보다 8조9000억원가량 줄었지만 '한국투자네비게이터1(A)'과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C)'에는 올해 각각 1240억원,1130억원이 유입됐다. '삼성스트라이크'도 C클래스가 300억원 넘게 몸집을 불린 것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자금유입 상위 펀드들은 대부분 설정된 지 2년 이상 된 것이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C)'는 2007년 10월에 만들어져 2년2개월이 지났으며 '한국투자네비게이터' '신영마라톤'은 설정된 지 4년 정도 됐다. 특히 '삼성스트라이크'는 2000년 1월에 만들어졌다.

성과가 검증된 펀드들은 시장상황에 영향을 덜 받는 '스테디셀러'로 인정받으며 꾸준히 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1A'는 1년과 3년 수익률이 각각 70.18%, 54.45%로 국내 주식형 평균보다 20~30%포인트씩 높다. '삼성스트라이크1(C)'와 '신영마라톤A1'도 3년 수익률이 평균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는 동안 수익률이 들쑥날쑥한 펀드보다는 꾸준히 상위권에서 운용 능력을 확인시킨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며 "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명품 펀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규 펀드들은 올 한 해 대체적으로 부진했다. 최근 6일간 자금유입 상위 10개 펀드 중 올해 출시된 펀드는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1A' 하나뿐이다. 국내 주식형에서 241개 펀드가 출시됐지만,100억원 이상 팔린 건 21개(상장지수펀드 제외)에 불과하다.

김경일 삼성투신운용 과장은 "올 상반기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신상품 출시가 미뤄졌고 하반기엔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새 펀드들이 큰 인기를 얻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