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의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 호(號)를 이끌게 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5년간 국민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어 앞으로 다가올 금융대전의 파고를 헤쳐나갈 최고의 적임자로 꼽힌다.

하지만 은행장이 아닌 종합금융그룹의 지휘자인 KB금융지주회사의 회장으로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회장 내정자 선임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을 불식시켜 조직을 안정시키고 대외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과 소액투자자들이 대주주인 상황 아래 사실상 주인 행세를 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는 비판에 직면한 사외이사 제도의 개선 등이 요구되고 있다.

또 내년 외환은행 매각을 계기로 금융업계에 몰아칠 인수.합병(M&A)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잡아 선도 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강화를 통해 금융지주회사로서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조직 안정. 신뢰 회복 시급
강정원 행장은 5년째 국민은행장을 맡은 'KB맨'이어서 3개월간의 회장 공백 상태였던 KB금융의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강 행장은 회장 대행 시절 KB금융 임원 등에 대한 물갈이 인사에 대해 불만이 있는 점을 고려해 포용력을 발휘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데 힘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외부 출신 회장 후보들이 공모 절차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고 면접에 불참한 만큼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회추위에 사외이사 이외의 외부 인사를 선임하거나 회장 공모 일정을 늘리는 등 선임 절차를 개선해 외부의 신뢰를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기존의 사외이사제를 바꾸지 않고 외부 견제 없이 회장을 뽑는 구조는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진 만큼 사외이사 제도의 개선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강 행장은 그동안의 견해를 바꿔 KB금융 회장과 행장 분리 의지를 밝힌 만큼 신속하게 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장 선임 절차가 길어지면 국민은행 직원들이 동요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행장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별히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잇다.

◇ M&A 주도권 잡아야
강 행장의 회장 내정으로 은행권에 M&A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강 행장은 2006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으며 론스타의 계약 파기 이후로도 외환은행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KB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하나금융지주나 산은금융지주도 인수 전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M&A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것이며 거기에는 외환은행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산은지주에 대해 외환은행 인수에 신경 쓰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산은지주 직원들은 국내 수신 기반 확보를 위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인수 경쟁에서 밀릴 경우 최대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로서 강 행장의 능력에 대한 안팎의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

◇은행 비중 줄여야!
금융업계 일부에서는 국민은행을 5년간 이끈 강 행장이 회장으로 선임되면 KB금융 내 국민은행의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KB금융은 국민은행과 KB투자증권, KB생명보험, KB자산운용, KB부동산신탁, KB창업투자, KB선물, KB신용정보, KB데이타시스템 등 9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 중 90% 이상을 국민은행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서 은행 비중이 더 늘어나면 제대로 된 금융그룹이라는 평을 얻기 어렵다.

증권사와 생명보험사 인수와 영업 강화를 통해 비은행 부문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한금융처럼 카드사 분사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 리딩 금융그룹에서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서 발돋움하려면 해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큰 차익을 낸 인도네시아 BII 은행의 지분 매매 등에서 보여준 국제금융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국민은행이 투자한 카자흐스탄 BCC 은행의 실적을 개선하고 중국, 동남아,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 개척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강 행장은 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