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는 재채기에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고, 쉴 틈없이 흘러내리는 콧물은 휴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만든다. 급기야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면서 건조한 환경 탓에 눈까지 가렵고, 충혈되거나 뻑뻑하고, 콧속이 메말라 코피가 자주 나거나,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 입냄새가 나고, 온몸이 가려워진다. ‘완치가 어렵다... 평생 끼고 살아야 하는 고질병... 난치병’ 은 바로 비염이 늘 달고 다니는 꼬리표이기도 하다. 겨울이 되면 가장 먼저 늘어나는 것이 바로 어린이 감기 환자들이다. 연령이나 신체 특성상 어른들보다도 더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족들이 잘 관리해주지 않으면 덜컥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우리 아이는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아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이상하게 코감기가 오래간다 싶은 환자들 중에는 감기가 아니라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 가지 증상이 서로 흡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럼 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은 어떻게 다를까? 일반 가정에서 어린이의 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을 정확히 구별하기는 사실 어렵다. 감기는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콧물과 코막힘이 있으며 고열 증세를 겪기도 하고, 두통, 인후통, 기침 등을 동반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콧물, 재채기, 코막힘만 있는 어린이는 구별하기가 모호하다. 또 감기는 평균적으로 3~4일 만에, 또는 길어야 일주일이면 낫는 게 대부분이다. 감기에서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발전되면 증상이 길어지긴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렇다. 반면에 코 알레르기는 몇 달 또는 몇 년씩 콧물이나 코막힘, 재채기 증상이 계속된다. 알레르기 비염은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과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크게 나뉜다. 계절성이라 함은 주로 봄철에 많이 나타나는 알레르기 비염으로 봄이나 가을,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2~3달간 고생하게 된다. 개화기인 4~5월에는 꽃가루에 의한 계절성 알레르기가 급증한다. 통년성이라는 것은 주로 집먼지 진드기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를 뜻한다. 그중 집먼지 진드기는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 중 70% 이상을 차지하고 1년 내내 이 때문에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어린이는 대체로 콧물, 재채기 증상 이외에도 눈밑이 검고 푸른색을 띠고 있다. 코를 자꾸 씰룩거리거나 콧구멍을 후비고, 그 때문에 코 점막의 혈관이 빨갛게 부어올라 코를 건드리기만 해도 코피가 자주 나온다. 또한 눈이나 귀가 가렵다며 자꾸 손을 대고, 참지 못해 비비기도 한다. 비염이나 코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은 정서적으로도 한 가지 일에 잘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태도를 보인다. 또한 코막힘으로 인한 입호흡은 잘 때나 평소에도 입을 벌리고 있어 이것이 몇 년 계속될 경우 입이 튀어나와 어느새 얼굴형이 이상하게 바뀌기도 한다. 이는 키 성장과도 연관이 된다. 코 알레르기는 어릴 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계속 반복되는 사이 축농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흔히들 비염, 축농증, 아토피,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할 때 환자들은 증상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한방에서는 오장 육부가 서로 상호 연관되어 있어 코에 이상 신호가 오면 이것이 폐나 심장과 연관이 있어 이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근본적 치료라 생각한다. 폐는 공기를 들여 마셔 이것을 사람의 기(氣)에 넣어주는 일을 하고 있으며, 사람이 살아 움직이는데 꼭 필요로 되는 기(氣)를 주관하고 있다. 비염이나 코 알레르기 치료는 콧속의 나쁜 기운을 밖으로 배출시켜 코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폐의 기운이 좋으면 그만큼 면역력이 강해져 감기에 걸린다해도 쉽게 나아 비염이나 천식, 축농증, 편도선염 등으로 이행하는 것도 막아줄 수 있다. 무엇보다 겨울철의 건조한 공기는 폐에 좋지 않으므로 집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조절해 주는 것이 좋고, 호흡기 점막이 항상 촉촉하게 유지되도록 자주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증기를 쐬어주는 것이 좋다. 이때 유칼리투스, 라벤더, 페퍼민트 등의 아로마를 활용하면 더욱 좋다. (도움말=영동한의원 경희대 외래교수 한의학박사 김남선 원장)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