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는 올 초 '최악의 해'에 대비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판매 부진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공장 휴업일수를 늘리면서 생산량을 조절했다. 하지만 침체는 당초 예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나라별 공조 체제가 갖춰지면서 신차 인센티브 등 수요 진작 방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돼서다.

◆세계 최고 실적낸 현대 · 기아차

현대 · 기아자동차의 중국과 인도 공장 가동률은 90%를 넘어섰다. 현지 판매가 급신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 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 예상치는 467만대다. 당초 전망보다 40만~60만대 상회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침체가 지속된 상황에서도 작년보다 10% 이상 판매가 늘어 났다. 도요타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경쟁업체 중 판매 신장률로는 단연 1위다.

현대 · 기아차는 지난 3분기(7~9월)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기록됐다.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현대차가 5868억원,기아차가 3135억원 등 모두 90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영업이익 620억엔(8022억원)과 독일 벤츠의 3억6000만유로(6192억원),미국 포드의 4억5000만달러(5193억원)를 웃도는 성적이다.

작년 기준으로 내수 시장에서 71.3%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현대 · 기아차는 지난 10월 80.5%까지 끌어올렸다.

◆GM대우 · 쌍용차 재기 발판


GM대우는 올 초부터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외환관리 실패로 작년에만 8700억원에 달하는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주거래은행이자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GM대우가 회복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GM 본사가 지난 10월 4912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후다. GM대우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된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조직을 신속경영 체제로 바꾸는 한편 판매체제 개편에 착수했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올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는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한때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노조가 막판에 두 손을 들면서 가까스로 부도를 피할 수 있었다. 쌍용차는 본격적인 회생 작업에 나선 상태다. 인건비 등 고정비를 파업 전보다 37% 감축했고 매달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다.

GM대우, 쌍용차와 달리,르노삼성자동차는 올해 내수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보이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3위 자리를 굳혔다. SM5와 SM3 등 주력 차종의 판매가 괜찮아서다. 특히 뉴 SM3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내년엔 공격경영"

완성차 업체들은 내년에 확장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4월 브라질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 작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착공을 미룬 지 1년 반 만이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제3공장 건설에도 나선다. 2011년을 목표로 러시아 공장도 짓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에 사상 첫 중형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이는 한편 초대형 세단인 에쿠스를 미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내년 상반기 로체 스포티지 등 인기 차종의 후속 모델을 연속으로 내놓는다. 이를 통해 국내외에서 올해보다 10~20% 이상 판매를 늘린다는 목표다. 현대 · 기아차는 내년 글로벌 6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춘 뒤,올해보다 15% 이상 많은 539만대를 판매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내년 1월 중형세단 SM5 후속을,GM대우차는 내년 여름 신형 준대형 세단을,쌍용차는 내년 6월 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200(프로젝트명)을 각각 출시할 계획이다. 모두 각사를 대표할 만한 모델이어서 내수 판매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