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본시장을 '펀드자본주의 시대'라고 한다. 펀드가 금융시장과 기업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조류를 의미한다. 특히 헤지펀드와 사모투자전문회사(PEF)는 '금융의 황제''투자은행(IB)의 종착역' 등으로 불린다. 이들의 시장기능,자율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 사기 때문일 것이다.

헤지펀드와 PEF는 다른 나라에서는 규제받지 않는 비제도화 상품이지만 한국은 2004년부터 이를 제도화해 운용해 왔다. 현재 90여개 PEF가 20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자약정받고 있지만 운용은 활발하지 못한 실정이다. 인수 · 합병(M&A)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기업인수목적(바이아웃) 펀드로만 PEF를 운용토록 했기 때문이다.

현행 PEF는 자금 운용 대상을 주식 투자 등으로 한정하고 처분과 차입을 제한받는 등 적잖은 제약을 받고 있다. 자연히 투자자 모집이나 적정한 수익 확보가 힘들게 된다. 투자받은 기업 입장에서도 경영권을 박탈당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어 PEF가 충실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PEF는 자율,창의로 살아가는 철새 성향이 강한데도 우리는 텃새로 키워왔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원활한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친화적인 제도인'기업재무안정 PEF'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기업재무안정 PEF는 경영 참여 목적 이외에도 구조조정 기업의 주식,주식 관련 사채 등은 물론 부실채권(NPL),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허용한다. 또 펀드의 차입 한도를 대폭 확대하고 담보 제공과 대출을 허용하는 등 운용상 제약을 크게 완화했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시중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돌려 시장기능에 의한 상시 구조조정을 유도하고,채권단은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을 경제논리에 따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업도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해소해 경영 정상화를 촉진할 수 있고 투자자는 경영성과에 연동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기업재무안정PEF가 민간 자율에 의한 상시적 구조조정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도 있다. 우선 정부는 제도 활성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뒤 나머지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또 단기 고수익 추구 성향의 투자가 성행해 사실상 헤지펀드처럼 운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새 PEF제도가 창의적인 시장 여건을 조성해 기업 재무 안정과 구조조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행복한 M&A'와 구조조정을 촉진해 우리 경제의 보약 역할을 해내기를 바란다.

전홍렬 < 한국M&A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