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9월 말 미국에서 '렉서스' 등의 가속페달이 운전석 바닥 매트에 걸리는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 "리콜(무상 회수 · 수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미 교통안전당국으로부터 '철저한 처리'를 요구받았지만 리콜 대신 문제의 승용차 사용자들에게 '운전석 매트를 걷어낼 것'을 권유하는 것으로 문제를 덮으려 했다.

이렇게 두 달을 버티던 도요타가 결국 25일 미국에서 판매한 '렉서스''캠리' 등 426만대에 대해 가속페달을 무상 교환해주는 사상 최대의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미 당국이 매트를 걷어내는 땜질 처방이 아니라 '근원적 해결'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샌디에이고에선 지난 8월 말 일가족 4명이 탄 '렉서스 ES350'의 가속페달이 매트에 걸려 폭주하는 바람에 충돌해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도요타의 리콜 대상은 '캠리(2007~ 2010년형)''아발론(2005~2010년형)''프리우스(2004~2009년형)''타코마(2005~2010년형)''툰드라(2007~2010년형)''렉서스 ES350 · IS350 · IS250' 등 8개 차종으로 미국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모델이다. 도요타는 해당 차량을 직접 회수해 가속페달이 바닥 매트에 걸리지 않도록 작은 것으로 바꿔줄 예정이다. 이에 따른 비용은 수백억엔(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리콜로 도요타는 품질과 안전에서 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도요타가 초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고 뒤늦게 리콜을 결정한 것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더욱 잃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자동차업계에선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도요타의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기에 흑자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도요타의 경영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

앞서 도요타는 미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소(IIHS)가 세계의 2010년식 차종을 대상으로 최근 선정한 '올해 최고 안전한 차'에 한 모델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11개 모델이 안전한 차로 평가받았던 것에 비하면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급격히 추락한 셈이다. 도요타는 지난 24일엔 미국에서 판매한 트럭 11만대도 리콜을 발표했다. 시장에선 "도요타가 최고 품질이란 말은 이제 옛날 얘기"란 지적도 나온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