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공무 맡은 공무원의 정치행위에 법적 제한은 당연”

반 “공무원도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누릴 권리있어”

공무원의 정부정책에 대한 집단적 반대행위를 금지하고, 직무수행시 정치적 구호가 담긴 조끼 · 머리띠 · 완장 등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부 조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 및 지방공무원의 복무규정'개정안에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노조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을 일간신문에 게재하는 등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는 행위가 잇달아 복무규정을 개정하게 됐다"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근무 기강이 확립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이에 대해 통합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이번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앞으로도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집단 이름으로 반대하고 민주노총 집회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현행 공무원법에는 공무원의 정치중립 방안과 관련해 '정치단체를 결성하거나 가입하는 행위,선거에서 특정 정당 ·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정부가 이번에 새 복무규정을 마련,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고 나선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규정이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느냐는 점이다.

실제로 인권위는 행안부의 입법예고안에 대해 "공무원도 국민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보호받아야 한다"며 "직무수행과 관계없이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금지하는 규정은 표현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공무원의 정부 정책에 대한 집단 반대행위를 금지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 살펴본다.

⊙ 찬성 측, " 공무원은 공적 업무 수행, 법적 제한 불가피"

공무원의 정부정책 반대금지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정치중립 의무와 국민에게 봉사할 책무를 가진 공무원들은 정책에 대한 집단적 반대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선거로 뽑힌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거나,스스로 정책 생산자가 되기도 하는 공무원들이 이념이나 정파에 휩쓸려 정책을 방해해서야 나라 꼴이 뭐가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공무원도 국민의 일원이며 국민으로서 누릴 권리가 있지만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부득이 법적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를 수용하지 못하면 공직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무원노조 쪽에서는 이번 조치를 '노조탄압'으로 규정했지만 공무원노조는 정치활동의 영역에 끼어든 잘못부터 먼저 자성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실정법상의 정치중립 의무가 규범력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집단적인 정책 반대,근무 중 정치적 구호를 새긴 조끼나 머리띠 착용금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 반대 측, "헌법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보장"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긴 하지만 엄연히 국민의 한 사람"이라며 공무원도 당연히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공무원의 직무 성격상 어쩔 수 없는 경우에도 권리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가 공무원 복무규정 입법예고 안에 대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개정 안은 당장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눈엣가시와 같은 공무원노조의 힘을 빼놓기 위해서라면 공무원의 인권 따위는 무시해도 그만이라는 얘기나 다름없는 태도라는 것이다.

국가공무원법에 정치활동 규제와 관련한 조항이 있고,공무원 복무규정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있는데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유까지 봉쇄하려는 것은 편협한 반노조 정책의 산물이라고 꼬집는다.

정부가 공무원노조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버리지 않고는 갈등과 대립만 반복될 뿐이고,그로 말미암은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가 져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 공무원단체, 민주노총과의 관계부터 단절시키는 게 순리

공무원의 경우 노동관계법 상의 노조 활동이 보장되더라도 일반 근로자와는 신분이 다를 수밖에 없다.

공복으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도 있다.

공무원들은 일정한 범위에서 기본권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입안한 국가정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머리띠와 완장을 착용하는 방식으로 투쟁하는 행위가 용인될 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도 통합공무원노조 측이 "공무원 정치행위 금지는 행정 담당자인 공무원에게 재갈을 물리고 정권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이라며 향후 법 개정 투쟁을 벌이는 등 강력 대응 입장을 내놓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무원 단체라면 개정 복무규정에 의거한 무더기 징계 우려를 강변할 게 아니라 먼저 민주노총과의 관계부터 끊어야 할 것이다.

이번 복무규정 개정을 계기로 공무원들이 국민의 공복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국가공무원복무규정

국가공무원의 복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선서를 비롯 근무기강확립,친절 · 공정,당직 및 비상근무, 출장공무원, 복장 및 복제, 영리업무금지, 정치적 행위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정부는 11월24일 국무회의를 열고 공무원들의 집단적 반정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의결했으며 12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11월17일 행안부의 공무원 복무규정 입법예고 안에 대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통합공무원노조

전국공무원노조를 비롯 민주공무원노조,법원공무원노조 등 3개 공무원노조가 지난 9월21,22일 양일간 조합원 투표를 거쳐 탄생한 전국단위 최대 규모의 산별공무원노조 조직이다. 공무원노조는 출범 이후 5년간 지속된 정부와의 대결구도에다 조직의 양분으로 인해 제대로 단체교섭을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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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1월24일자 보도기사>

다음 달부터 공무원들은 집단적으로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근무시간에 정치적 주장이 담긴 복장을 착용해서도 안된다.

행정안전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 및 지방공무원의 복무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무원이 집단이나 연명,또는 단체 명의를 사용해 국가의 정책을 반대하거나 국가 정책의 수립 ·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또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구호가 담긴 조끼나 머리띠,완장 등을 착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행안부는 지난달 21일 마련한 입법예고안에서는 공무원 개인도 정부정책에 반대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이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집단적인 반대행위만 금지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지난 17일 행안부의 입법예고안에 대해 "공무원도 국민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보호받아야 한다"며 "직무수행과 관계없이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금지하는 규정은 표현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노조가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을 일간신문에 게재하는 등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는 행위가 잇달아 복무규정을 개정하게 됐다"며 "앞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근무 기강이 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