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모델을 지금 계약하면 한 달 후 출고가 가능하지만,파노라마 선루프 옵션을 선택하면 2~3개월 기다려야 합니다. "

경기 수원에 있는 기아자동차 대리점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R 구매 상담을 받던 이은성씨(38)는 이런 얘기를 듣고 적잖이 실망했다. 연말까지로 예정된 노후차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파노라마 선루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차량 지붕 전체를 투명한 유리로 덮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수입차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요즘엔 국산차에 더 많이 장착되는 추세다.


◆K7, 내년 2월부터 선루프 옵션 추가

기아차는 24일 출시하는 준대형 세단 K7의 초기 모델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선루프 물량이 워낙 부족해서다. 이 회사는 내년 2월부터 3단식 파노라마 선루프를 선택사양(옵션)으로 추가하기로 하고,사전계약만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SUV인 투싼ix와 신형 쏘나타 판매과정에서 파노라마 선루프 옵션을 선택하면 출고가 2~3배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다. 두 모델은 출시 당시 파노라마 선루프를 탑재해 화제를 모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파노라마 선루프와 출고 지연 사이에서 갈등하다 계약을 아예 철회하는 사람도 있다"며 "선루프 납품업체인 베바스토동희 측에 물량 확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2007년 말 국산차 중 최초로 SUV인 QM5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장착했던 르노삼성자동차는 전체 계약자 중 70%가 선루프 옵션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출시된 쏘렌토R는 50~60%의 계약자가 파노라마 선루프 장착을 희망했다.

일반 선루프보다 3배 이상 커

파노라마 선루프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개방감이다. 뒷좌석에서도 확 트인 시야를 즐길 수 있다. 야간 주행 땐 달빛과 별빛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햇빛에 과다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동식 롤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게 대부분이다.

일반 선루프보다 3배 이상 큰 파노라마 선루프는 안전성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보통 유리보다 강도가 20~30배 센 특수 강화유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산차의 파노라마 선루프는 대부분 옵션 방식으로 장착하고 있다. 가격은 80만~120만원 선이다.

수입차 중에선 푸조와 폭스바겐,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일부 차량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기본사양으로 넣고 있다. 2001년 세계 최초로 307 해치백(뒷문을 위로 열 수 있는 차)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장착한 푸조 관계자는 "소비자 반응이 좋아 세단을 뺀 전 모델에 파노라마 선루프 옵션을 적용하고 있다"며 "당초 1.33㎡였던 천장유리 크기도 1.68㎡로 대폭 키웠다"고 밝혔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한동안 유행할 전망이다. 기아차는 내년 상반기 내놓을 스포티지 후속(프로젝트명 SL) 및 로체 후속(TF)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달기로 했다. 르노삼성 역시 내년 초 SM5 후속(L43)에 같은 옵션을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