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로 탱크를 들어올리고 헬기를 잡아 떨어뜨린다. '600만불의 사나이'는 그러나 팔과 다리 눈을 로봇처럼 개조한,반은 사람이고 반은 기계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엄청나게 드는 돈도 돈이요,멀쩡한 사람을 바꿀 수도 없다. 사람은 그대로 두고 슈퍼맨같은 힘을 가질 수 있다면.

꿈은 영화 '아이언 맨'을 거쳐 '지 아이 조(G I Joe)'에서 좀 더 구체화된다. 아이언 맨의'하이테크 슈트'는 부츠 바닥에 제어로켓장치를 달아 신기만 하면 곧장 날아가게 만든다. 지 아이 조의 '델타6 가속 슈트'는 입는 순간 30~40마일 속도로 벽을 뚫고 지나가도록 해준다.

힘은 떨어져도 훨씬 그럴싸한 건 2002년에 나온 성룡 주연의'턱시도'다. 겉보기엔 보통 턱시도지만 걸치기만 하면 특공무술부터 춤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총알택시 운전사 지미 통(성룡)은 비밀요원 대신 이 턱시도를 입고 전 세계 식수시장을 장악하려는 악당의 음모를 분쇄한다.

이른바 '입는(wearable) 컴퓨터'들이다. 상상도 진공 속에서 잉태되진 않는 법.'턱시도'가 나온 2002년 당시 이미 입는 컴퓨터에 대한 연구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중이었다. 일차적인 목적은 꿈의 전투복.우리편 사상자 없이 적을 물리칠 수 있도록 불사조같은 병사를 만드는 옷이다.

목표는 현실을 바꾸고 상상을 실현시킨다든가. 입는 컴퓨터는 상당부분 실현됐다. 미국에선 90㎏의 장비를 지고 시속 16㎞로 걸을 수 있는 로봇슈트 헐크 등 미래형 군복,프랑스에선 '펠린'이란 미래 전투복,이스라엘은 끼기만 하면 괴력을 발휘하는 '슈퍼 글러브'를 개발했다. 일본에선 여자 간호사 혼자 거구의 중환자를 옮길 수 있는 로봇슈트 'HAL-5'를 개발,서비스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도 경찰과 소방대원 등을 위한 각종 컴퓨터슈트를 선보였다.

입고 걸치는 컴퓨터 상용화의 관건은 소형화와 경량화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배터리의 크기와 형태가 중요하다. 울산과학기술대 차세대 전기기술 · 융합연구단이 마음대로 접고 구부려도 합선이나 성능 저하 걱정이 없는 '초박형 플렉서블 전지판'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이 전지판이 상용화되면 두루마리 PC 개발을 촉진,입는 컴퓨터 시대를 성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개인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컴퓨터슈트는 장애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닐같은 전지판 덕에 어쩌면 슈퍼맨처럼 날아다닐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