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뱅크 지분 70% 인수…현대重, 2조 이상 필요
'상사' 이어 속속 품 안에
옛 현대그룹 소속이었던 현대오일뱅크가 10년 만에 다시 범(汎) 현대가(家)의 품에 안길 전망이다. 이 회사 2대주주(지분율 19.87%)인 현대중공업(108,500 +5.34%)이 최대주주(70%)인 아랍에미리트(UAE) IPIC(국영석유투자회사)와의 소송에서 승소,IPIC가 매각을 추진중인 지분 전량의 우선인수권한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IPIC는 1999년 자금난에 빠진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50%를 사들인 뒤 콜옵션 행사 등을 통해 지분율을 70%로 끌어올렸다. 현대중공업이 이 지분을 모두 인수하기 위해서는 2조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하루 39만배럴의 원유 정제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전국에 2300여개의 주유소를 확보,국내 경질유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순위는 4위에 머물러 있지만,향후 2조원 규모의 고도화 설비 투자를 통해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을 동시에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통해 에너지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현대家, 10년 만에 에너지사업 영토 회복

◆2년 법적 분쟁 일단락

현대오일뱅크를 사이에 둔 현대중공업과 IPIC 측의 법적 분쟁은 근 2년 가까이 진행됐다. IPIC 측은 2007년 말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를 통해 현대오일뱅크 지분 3자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GS칼텍스 STX그룹 호남석유화학 등이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에 관심을 기울였다. IPIC와 GS칼텍스 사이의 지분 매매 계약이 임박했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초 IPIC 측의 지분 매각에 제동을 걸었다. IPIC가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매각할 경우 현대중공업에 인수 우선권을 주기로 했던 주주간 계약을 위배했다는 이유에서였다. GS칼텍스 등을 대상으로 주식매수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데 이어,IPIC와 자회사인 하노칼홀딩스 등을 상대로 국제중재재판소(ICC)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작업은 중단됐다.

2003년 현대중공업과 IPIC가 체결한 주주간 계약에는 양측 중 한 곳이 주주간 협약을 위반할 경우,위반한 측은 상대방에게 지분 전량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ICC가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현대오일뱅크 주식 전량(70%)에 대한 주식매입 권리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범 현대가 컨소시엄 구성할듯

현대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는 1999년 정유업계의 자발적 '빅딜'로 한화에너지를 합병한 뒤,수익성 악화로 부채가 급증하자 IPIC 측에 신주 발행 방식으로 지분 50%를 5억1000만달러에 넘겼다. 현대중공업은 채권단에 넘어가 있던 현대종합상사 인수를 지난달 확정지은 데 이어 옛 현대그룹 소속 주요 계열사를 잇달아 되찾게 됐다.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 과정에서는 범 현대가의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외에 현대자동차(4.35%) 현대제철(2.21%) 현대산업개발(1.35%) 등 범 현대가 기업들이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나눠갖고 있어서다. 한 관계자는 "지분 인수 대금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존 지분 비율에 따라 출자하는 형태로 지분 인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컨소시엄이 구성되더라도 경영권 회수 작업을 주도,2조원대의 인수자금을 대부분 책임져야 할 현대중공업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승소에 대비해 소요자금을 차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이미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유 중인 포스코 등의 유가증권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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