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 50명 중 1명이 앓고 있다고 추정되는 우울증. ‘마음의 감기’라고도 하는 우울증에 빠지면 얼굴에 그늘이 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울증은 햇빛 보기가 힘든 겨울이면 더욱 심해진다. 우울증은 행복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세로토닌이 부족할 때 심해지는데, 세로토닌은 햇빛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이다. 겨울의 일조량은 봄의 75% 정도에 불과하다. 한줌 햇살이 아쉬운 겨울이니 우울증이 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만약 얼굴 주름 펴고 이 우울증을 날려버릴 수 있다면?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우울증 치료약을 쓰기가 주저되는 사람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는 깊은 주름을 제거하고 나면, 표정이 밝아지면서 우울한 감정이 완화된다고 한다. ‘얼굴이 젊어져서 기분이 좋아졌다’는 차원이 아니다. 병적인 우울증이 치료된다는 것이다. 우울증과 감정, 그리고 주름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우울증 치료법 중 하나로 ‘주름제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 미간 주름 제거 후, 우울증 환자 10명 중 9명 상태 호전돼 ‘얼굴주름과 우울증’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의 피부외과전문의 에릭 핀지 박사 연구팀이 우울증 환자에게 보톡스를 주사했더니 대다수의 환자가 우울증에서 벗어났다.(미국 피부외과학회지.2006.5.) 핀지 박사는 다양한 연령대의 우울증 환자 10명에게 보톡스를 주사해 미간주름을 펴주었다. 그 결과 2개월 만에 9명의 환자는 의학적으로 ‘우울증’에서 벗어났으며 나머지 한 명도 상당히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를 통해 얼굴주름이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증명된 셈이다. 이는 감정에 따라 표정주름이 만들어진다는 기존의 상식을 역으로 바라본 것이기도 하다. 얼굴에 골 깊은 표정주름이 있으면 즐거운 감정이 생기기 어렵고, 우울한 기분에 빠지기 쉽다는 의미다. 이같은 효과를 안면 피드백(facial feedback)이라고도 부른다. 골 깊은 표정주름이 없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우울증 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효과는 아니다. 영국 카디프대의 루이스 박사는 미간 주름(추미근)에 보톡스를 시술한 환자와 다른 미용시술을 받은 환자를 비교했더니, 보톡스 주사를 맞은 환자들이 부정적이고 우울한 기분을 훨씬 적게 느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영국 미용피부과학회지.2009.3.) “우울증 환자만이 아니라 정상적인 심리상태의 사람도 굵은 미간 주름을 없애면 부정적인 기분이 줄어 밝아진다는 것이 이 연구로 증명됐다”고 훈성형외과 우동훈원장은 설명한다. - 미간 입꼬리 주름 깊으면 우울증 생길수도... ‘안면피드백’효과 우울한 심리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얼굴 주름이 미간 주름과 입꼬리 주름이다. 얼굴에는 이마주름, 눈꼬리 주름, 팔자주름, 눈밑 주름 등의 다양한 주름이 존재한다. 이들 주름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다. 반면 미간 주름은 눈살을 찌푸릴 때 강하게 드러난다. 짜증스럽고 신경질적인 감정이 얼굴표정에 드러나면서 생기는 주름인 것. 입꼬리 주름 역시 슬프고 고민이 많은 상태에서 나타난다. 이런 미간 주름과 입꼬리 주름은 처음에는 표정을 지을 때만 나타난다. 하지만 스트레스, 긴장, 피로, 화, 슬픔 등의 감정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그대로 굳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이렇게 오랫동안 굳어진 주름들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 미국 정신의학회(APA: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도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은 심리적인 불안감 이외에도 주름진 이마나 올라간 눈썹 등의 얼굴 근육에 의해 생겨 날 수 있다”고 한다. 즉 나중에는 감정이 아닌 주름 때문에 웃음을 잃어버리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자가지방이식, 보톡스, 필러 등으로 주름 펼 수도 깊어진 주름들이 자신의 실제 감정 상태를 무시한 채 우울한 기분에 빠지게 한다면 이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을 것. 이런 사태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밝은 표정을 가지려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만약 주름이 깊어진 상태라면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도 우울증을 예방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주름을 없애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보톡스나 필러를 주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시술은 효과가 통상 6개월, 길어도 1년을 넘기 힘들어 지속적으로 재시술 받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지속효과가 길고 부작용이 적은 주름제거시술로는 자가지방이식이 있다. “지방이식은 얼굴에 볼륨을 줌으로서 표정근육에 의한 굵은 주름을 자연스럽게 펴주는 효과가 있다”고 훈성형외과 우동훈 원장은 말한다. 자신의 허벅지나 아랫배에서 지방을 채취해 순수지방세포만을 분리한 뒤, 필요한 부위에 이식하는 시술이 지방이식이다. 자가지방을 이용하는 만큼 면역반응에 의한 부작용이 없고, 이식한 지방이 생착하기만 하면 그 효과는 반영구적이다.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