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국가 예산까지 지원받은 쌍용자동차의 첨단기술을 가져가는 데는 '최대 주주'란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 지시만으로 충분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회사는 2005년 1월 쌍용자동차 지분 48.9%를 5900억원에 인수한 뒤 지난 1월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경영에서 손을 뗐다. 쌍용차는 그러나 검찰 발표에 대해 "의도적으로 국익에 반하는 탈법적 기술유출 행위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검찰,"상하이차가 직접 지시"

검찰에 따르면 쌍용차는 2004년 6월부터 자동차 기술개발 용역업체인 독일 FEV와 공동으로 디젤 하이브리드카의 중앙통제장치(HCU) 소스 코드를 개발했다. HCU는 차의 제어 알고리듬을 시스템에 적합하게 만들고 모터 · 변속 · 엔진 · 배터리 제어를 개선,연비와 성능을 최적화하는 핵심 기술이다. 쌍용차는 2004년부터 4년간 개발비의 50%가량을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상하이차도 FEV와 손잡고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시도했지만 순탄치 않자 쌍용차와의 공동연구 성과를 공유해 달라고 FEV에 요청했다. 하지만 FEV는 "비밀유지 약정 때문에 쌍용차 동의가 필요하다"며 거부했다. 상하이차는 당시 쌍용차 종합기술연구소 부소장이던 중국인 장모씨에게 '기술 보고서를 상하이차에 제공하는 데 동의한다는 이메일을 FEV에 보내라'고 지시했다. 장씨는 당시 쌍용차 엔진구동센터장이던 이 모 상무에게 이를 그대로 요구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 대주주란 점을 의식한 이 상무는 직원을 시켜 2006년 7월 FEV 담당자에게 동의 메일을 보냈고,이후 FEV는 해당 정보를 상하이차에 제공했다.

이 기술을 외부로 유출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거치고 한국 정부에도 보고해야 했지만,이런 절차가 무시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현대차 기술도 유출

쌍용차 연구원들은 경쟁사인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카 전용 회로도까지 입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창구는 협력업체와 하청업체였다. 연구원들은 평소 친분이 있던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으로부터 현대차 회로도를 구해 자사 기술에 이용했다. 또 현대차 도면의 표시 기준을 담은 대외비 문서를 얻어 하이브리드카 연구에 참고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협력업체 직원이 2005년 퇴사와 함께 하이브리드카 시험차의 일부 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당시 보안팀이 인지했지만 회사에 불이익을 줄 만한 사안이 아니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쌍용차,"핵심기술 아니다"

쌍용차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회사 입장'이란 자료를 통해 검찰 수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쌍용차는 디젤 하이브리드,상하이차는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각각 독립적으로 개발해 왔으며,상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사전학습 차원에서 자료를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HCU 자료 역시 일부 소프트웨어 설명서로,중요한 기술적인 내용을 삭제했기 때문에 자료 가치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조재길/임도원/박동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