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세단들이 쏟아지고 있다. BMW가 2억원을 훌쩍 넘는 7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760Li'를 지난 5일 선보이며 '메르세데스벤츠 S600L'과의 맞수 대결을 시작했다. 아우디도 내년에 완전히 바뀐 'A8'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 해 수입 물량이 한정돼 있어 돈이 있어도 사기 힘든 차들이다.

가장 흥미진진한 경쟁은 BMW와 벤츠의 최상위 모델 간에 펼쳐진다. 760Li는 올해 들어오기로 한 50대가 모두 팔렸다. S600L 역시 사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올해 1~9월 판매대수는 64대다.

자존심을 건 모델인 만큼 성능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12기통,6000㏄ 엔진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아우디의 최상위 스포츠카인 'R8'이 10기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BMW,벤츠의 플래그십 모델이 얼마나 막강한 엔진 파워를 갖고 있는지 짐작케 해준다.

최대마력에서는 760Li가 544마력(5250rpm)으로 S600L(517마력/5000rpm)을 약간 앞선다. 하지만 순간 가속력을 가늠할 수 있는 최대토크는 S600L이 84.6㎏ · m(1800~3500rpm)로 760Li(76.5㎏ · m/1500rpm)보다 낫다. 정차 후 출발해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는 두 모델 모두 4.6초밖에 안 걸린다. 동력 성능은 막상막하인 셈이다.

BMW는 760Li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12기통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결합은 BMW 내에서도 최초다. S600L은 자동 5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2억7700만원짜리 '760Li 인디비주얼'에 적용한 메리노 시트 가죽은 최고급 핸드백을 만드는 것과 동일한 공정을 거친다. 현존하는 가죽 시트 가운데 최고급 제품이라는 게 BMW의 자랑이다. 가격도 2억6800만원인 S600L보다 비싸다.

아우디의 신형 'A8'도 주목받는 대형 세단이다. 이달 말 마이애미에서 처음 공개될 이 모델은 한국에는 내년 하반기에 상륙할 예정이다. 아우디는 12기통 6.0ℓ급 엔진을 SUV인 Q7에도 얹을 계획이다. 1억8000만원짜리 폭스바겐 '페이톤 6.0 W12'도 '왕들의 전쟁'에서 만만찮은 존재다.

렉서스,재규어,현대자동차 등 각사의 자존심을 내건 차들도 대형 세단 경쟁에 뛰어들었다. 렉서스 LS460(최상위 모델 1억6990만원)은 뒷좌석 안마 기능,비행기 퍼스트클래스를 연상시키는 좌석 배치 등으로 '사장님'들이 선호하는 모델로 유명하다. 현대차는 에쿠스 리무진(최상위 모델 1억4600만원)을 업그레이드해 '토종'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7시리즈,S클래스,LS시리즈와 비교해 전장은 최대 310㎜,뒷좌석 레그룸은 최대 376㎜ 길다. VIP 승객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재규어는 내년 상반기에 신형 XJ를 선보일 계획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