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자동차가 지난달 '렉서스'가 아닌 '도요타' 브랜드로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529대였습니다. 캠리와 캠리 하이브리드,프리우스,라브4 등의 신차발표회를 연 게 10월20일이었으니 열흘 만에 '월 목표량 500대'를 초과 달성한 것입니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20여개 브랜드 가운데 6위를 차지했지만,렉서스와 합할 경우 단숨에 '빅3'로 도약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쏘나타와 그랜저,투싼ix 등 현대자동차 인기 차종의 잠재 소비자 중 일부가 도요타 신차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공공연히 "맞불 작전에 나서겠다"고 말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캠리 및 라브4를 공수해 서울 분당 부산 등 각 지역 지점에 배치했지요.

소비자들이 두 회사 차량을 직접 타보면 현대차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표면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대결 구도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상승인 것 같습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와 맞대결을 펼침으로써 '수입차 프리미엄'까지 얻겠다는 거지요.

재미있는 점은 도요타 임원들이 한결같이 "한국에선 현대차와 경쟁하지 않겠다"고 얘기한다는 것입니다. 치기라 타이조 한국도요타 사장은 "현대차가 아닌 수입차끼리 경쟁하겠다"며 "판매량을 늘리는 대신 사후관리 등 서비스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도요타가 현대차와의 경쟁을 피하려는 것은 굳이 맞붙어봐야 득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현대차는 국내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입니다. '현대차 맞수'라는 이미지가 도요타로선 반가울 리 없습니다. 전국 조직을 갖춘 현대차 영업사원들이 도요타 흠집내기에 나설 가능성도 부담스러운 대목입니다.

포드와 현대차의 관계는 이와 정반대입니다. 정재희 포드 코리아 사장은 신형 토러스를 출시하면서 "첨단 고급사양을 장착하고도 가격을 현대차 제네시스 엔트리 모델급으로 맞췄다"고 소개했습니다. 회사 측은 "토러스 고객을 분석해보니 대부분 제네시스 구입을 고려하는 30~40대"라고도 했습니다. 오히려 현대차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도요타와 달리 브랜드 인지도가 약한 포드 코리아의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시도란 것이죠.현대차는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를 토러스와 비교하는 게 썩 기분좋지 않다는 겁니다.

도요타와 포드,그리고 현대차의 시소 같은 '비교 게임'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습니다. "자사 차량보다 상위 차종을 경쟁차로 지목한다"는 겁니다. 현대차가 쏘나타보다 배기량이 500㏄ 큰 캠리를,포드가 토러스보다 1000만원 비싼 제네시스를 각각 경쟁 상대라고 주장하는 식이죠.엄밀하게 따지면 체급이 다른데 말입니다.

완성차 업체들의 각기 다른 마케팅 전략이 흥미롭습니다만 소비자들로선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산업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