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쏘나타와 캠리.' 한 · 일 양국을 대표하는 간판급 중형 세단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 모델 간 한판 전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과연 어떤 차를 선택하느냐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쏘나타는 신형 모델답게 시선을 압도하는 디자인과 첨단 편의 사양이 눈에 띈다. 캠리보다 1000만원가량 싸다는 것도 장점이다. 캠리는 도요타의 간판 모델답게 부드러운 가속 능력이 탁월하다. 글로벌 베스트 셀링카라는 명성에서 알 수 있듯이 질리지 않는 외관은 중후함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매력 포인트다.

◆쏘나타 젊은층에 어필,캠리는 질리지 않는 외관

두 모델의 공통점은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뒤돌아보게 만드는 마력이다. "저게 도요타 캠리구만","쏘나타가 완전히 바뀌었네"…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하지만 디자인의 특성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신형 쏘나타는 30,40대 젊은층을 겨냥한 디자인이다.

그랜저 XG를 타다 쏘나타로 갈아탄 김동연씨(서울 광장동 · 36)는 "디자인 때문에 수입차를 선망하곤 했는데 쏘나타가 나온 걸 보고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강렬하고 세련된 개성미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편안한 이미지를 원하는 소비자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법하다. 이런 이유에서 캠리의 경쟁 상대는 그랜저라는 지적도 있다.

캠리 역시 비슷한 양면을 갖고 있다. 중후함은 장점이지만 2006년도에 나온 모델에서 큰 변화가 없어 디자인의 세련미가 떨어진다. 도요타는 내년 말쯤 완전히 바뀐 캠리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인테리어는 쏘나타가 우위라는 평이 많다. 물 흐르는 듯한 곡선을 채용한 보드가 인상적이고,전체적으로 신형이라는 느낌을 준다. 반면 캠리는 낡고 오래된 거실을 연상시킨다.

◆캠리 부드러운 가속 돋보여


배기량을 감안해야겠지만 동력 성능에서는 캠리의 부드러움이 돋보인다. 쏘나타를 먼저 시승한 탓이겠지만 캠리의 장점이 두드러지게 다가왔다. 액셀러레이터의 첫 느낌은 거의 비슷하다. 언제든 퉁겨 나갈 듯 가볍다. 하지만 액셀을 반쯤 밟는 순간부터 차이가 나타났다.

동급 세단에 비해 나아지기는 했지만 쏘나타는 1단,2단을 지나고 재빨리 고속 주행에 돌입하려 하자 힘겨워 보였다. 엔진 소음이 귓가를 맴돌았고,액셀 끝에서는 진동이 느껴졌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 순간 가속의 한계가 두드러져 아쉬움을 남겼다. 다행인 것은 한번 속도가 붙으니 앞으로 미끄러지듯 퉁겨 나가 고속 주행에서는 캠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전체적인 차 크기에서는 쏘나타가 약간 크다. 뒷좌석 넓이를 결정하는 축거에서 쏘나타가 우위라는 점이 의외였다. 차체는 크지만 쏘나타는 공차 중량을 1410㎏(가솔린 · 자동변속기 기준)까지 줄였다. 캠리의 무게는 1470㎏이다. 연료 효율 면에서도 쏘나타가 ℓ당 12.8㎞로 캠리를 앞선다.

◆쏘나타 첨단 사양,수입차 안 부러워


신형답게 쏘나타는 최첨단 편의 장치들을 대거 적용했다. 브레이크 어시스트 시스템을 적용한 차체 자세제어 장치는 2000cc급에서는 쏘나타가 처음 탑재했다. 캠리의 선루프는 옛날 형태다. 후방 주차시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차량의 예상 진행 경로를 표시해주는 후방 주차 가이드 시스템도 신형 쏘나타에 새롭게 적용한 것이다.

현대차의 고급 차종에 장착하는 '모젠 프리미엄 WIDE 내비게이션'은 첨단을 달린다. 3세대 무선망인 WCDMA를 적용해 SOS,도난 추적 등 기본적인 안전 · 보안 서비스가 가능하다. 설치만 하면 2년간 무료다. 세계 최초로 무선통신을 이용해 네트워크에 접속,실시간으로 차량을 진단하고 분석 내용을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등 스마트 카로서 손색이 없다. 다만 옵션을 모두 적용하면 가격이 3000만원까지 높아진다는 것이 단점이다.

캠리는 최상위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후방 카메라가 다소 조잡하다. 내비게이션은 새것을 다는 게 나을 정도로 구형이다. 측면 커튼 에어백을 비롯해 운전석 무릎 에어백까지 기본 사양으로 적용한 점에서 안정성은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