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재정난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한 러시아 최대 자동차 기업 `아브토바즈'에 대해 대량 해고 없이 이 회사를 살리기로 해 주목된다.

이고르 슈바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9일(현지시간) 사마라주 톨리야티시 소재 아브토바즈 공장을 방문, 근로자들을 만나 자리에서 대량 해고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1만 5천여 명의 잉여 인력을 수용하기 위해 아브토바즈 산하에 2개의 계열사를 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소련 시대 이후 러시아 자동차산업의 대명사격인 '라다' 세단을 생산해 온 아브토바즈는 금융위기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현재 부채만 21억 달러로 알려졌다.

아브토바즈는 최근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다면 파산 신청이 불가피할 것이며 전체 직원 10만 2천 명 중 25%를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직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회사를 아예 100% 국영화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직접 경영을 맡으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달 초 정부가 이 회사에 18억 7천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기고 결정한 데 이어 고용 불안 해소 방안까지 마련함으로써 아브토바즈는 위기를 일단 모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아브토바즈를 살리려 안간힘을 쓰는 데는 러시아를 상징하는 기업 중 하나인 아브토바즈의 붕괴는 곧 경제 정책 실패를 의미하며 그 뒤에 이어질 대규모 파업 등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클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일본의 도요타 등 굴지의 외국 자동차 기업들이 금융위기 한파에 감원이 불가피했던 것을 생각하면 러시아 정부가 얼마나 이 기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슈바로프 제1부총리는 "그래도 고용에 문제가 있다면 아브토바즈에서 일했던 유능한 인력들을 위해 톨리야티에 항공기 제작 공장 등을 세우고 특별경제 구역 지정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연방 대검찰청은 최근 잇단 차량 절도사건을 해결하고 노동권 침해 및 사회 불안 조장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아브토바즈 공장 안에 한시적으로 별도의 사무실을 열기로 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가 보도했다.

아브토바즈는 올들어 현재까지 대리점으로 운송 중이던 차량 7천500대와 수십만 달러 상당의 부품을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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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